
한때 경쟁자를 떠올리기 어려웠던 ‘스포츠 지존’들도 언젠가 신예들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주기 마련인가보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각국의 스포츠 스타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올림픽 사상 한국 여성으로 첫 펜싱 금메달을 딴 김지연(24·익산시청)이 여자 사브르 개인전 4강전에서 맞닥뜨린 매리얼 재거니스(27)는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연속 제패한 미국의 펜싱 영웅이다. 세계 1위인 재거니스는 4강전에서 김지연에게 12-5로 여유 있게 앞서나가다 13-15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 충격으로 3, 4위전에서도 힘을 못 써 노메달에 그쳤다.
이번 대회 남자 110m 허들에서 정상 탈환을 노렸던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29)의 퇴장은 더욱 허망하다. 예선에서 첫 번째 허들을 넘다 넘어졌고 올림픽 도전도 끝났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2초91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던 그는 2008년 자국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예선 직전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아파 기권했다. 올해 5, 6월 잇달아 12초대 기록으로 우승하며 세계 기록(12초87) 보유자인 다이론 로블레스(26·쿠바)와의 명승부를 예고했지만 무산됐다. 로블레스도 결선에서 여섯 번째 허들을 넘은 뒤 기권했고 고의로 허들을 넘어뜨렸다는 심판 판정에 따라 실격돼 명예마저 실추됐다.
일본 수영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30)도 남자 평영 100m에서 5위, 200m에서 4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기타지마는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이 두 종목을 석권한 유일한 선수다. 자신의 주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혼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아쉬움을 달랬다. 기타지마는 “후회는 없지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7)도 예전만 못했다. 이번 대회 개인혼영 200m, 접영 100m, 계영 800m,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004년 아테네 대회 6관왕, 2008년 베이징 대회 8관왕의 업적에는 못 미쳤다.
러시아의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0)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자신이 보유한 세계 기록(5.06m)에 크게 못 미치는 4.70m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며 올림픽 3연패에 실패했다. 4대 메이저 타이틀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골든 슬램’을 노렸던 테니스 남자 세계랭킹 1위인 로저 페데러(31·스위스)는 남자 단식 결승에서 영국의 앤디 머리(25)에게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한국 역도의 간판 장미란(29·고양시청)은 부상 여파로 이번 대회 여자 역도 최중량급 경기를 4위로 마쳤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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