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이용찬, 지고 못사는 악바李…오빤 선발스타일

입력 2012-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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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용찬. 스포츠동아DB

■ 두산 이용찬

수술 재활 딛고 2009년 구원왕+신인왕
지난해 마무리서 선발로…잠재력 폭발
150km 강속구 씽씽…올시즌 벌써 9승
2.50 방어율 2위…평균 6.2이닝 책임
“천적 김태균 형 잡고 싶다” 배짱 큰 힘

‘제발 아프지 말자!’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이용찬(24·두산)의 휴대폰 문구다. 고교 때까지만 해도 ‘150km’였다. “프로 입단을 위해 무조건 빠른 볼을 던져야했던” 시절 얘기다. 하나의 목표를 세워놓고 마운드 위에서 힘차게 볼을 던지던 열아홉 소년은 프로야구선수가 됐고, 그의 바람대로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로 성장했다. 2009년 구원 1위(26세이브)를 차지하며 신인왕을 거머쥐더니 올해는 선발로 전환해 팀의 중심투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그의 휴대폰 문구는 여전히 ‘제발 아프지 말자’다. 수술과 재활로 보낸 2년간의 아픔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 위에 서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 수술과 재활, 부활까지

이용찬은 2007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직후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장충고 시절 너무 많은 공을 던진 게 화근이었다. 수술 후 꼬박 1년을 재활에 매달려 2008년 4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1.2이닝 무실점으로 1군 신고식을 무사히 치렀다. ‘이제 됐다’고 생각한 순간, 이번에는 어깨가 아팠다. 팔꿈치에만 신경을 쓰다 어깨를 놓쳤던 것이다. ‘난 안 되나보다.’ 절망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주위의 격려에 힘을 얻어 다시 재활에 돌입했고, 2009년 4월 4일 잠실 KIA와의 개막전에서 7-5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최고 구속은 152km였다. “그날 마운드 위로 걸어 올라가는데 ‘과연 내 공이 통할까?’, 정말 불안했어요. 1이닝을 막는 순간 ‘아, 나도 될 수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 선발 전환 후 펄펄

이용찬은 2009년 26세이브, 이듬해 25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투수로 연착륙했다. 2년 만에 50세이브를 돌파하자 통산 300세이브라는 개인목표도 잡았다. 그러나 2011년 5월 5일 잠실 LG전에서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구멍 난 선발진에 갑작스레 수혈돼 선발투수로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해 후반기(8월 27일 잠실 삼성전∼10월 5일 목동 넥센전) 매 경기 6이닝씩을 소화하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선발로서 사실상 첫 풀타임 출장인 올해 어느새 시즌 9승째(7패)를 수확했다. 10승(전반기 7승+후반기 3승)으로 잡았던 시즌 목표도 12승까지 높였다. 선발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제1척도인 방어율도 2.50으로 1위를 넘보고 있고, 19경기 동안 평균 6.2이닝(118.2이닝)을 던져 이닝이터의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

“원래 목표 방어율이 3.99점이어서 부담이 없었어요. 주자가 나가면 ‘점수를 주지 말자’가 아니라 ‘최소 실점으로 막자’고 생각하고요. 제가 등판하는 날 아버지가 항상 ‘6이닝 3실점’이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저도 ‘3점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지더라고요.”

이용찬은 실제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만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11타수 7안타(타율 0.636)로 약했던 한화 김태균을 떠올리며 “다음번엔 꼭 잡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5월 5일 잠실 LG전에선 박용택에게 3연타석 안타를 맞은 뒤 7회 교체 타이밍임에도 ‘한번만 더 상대하고 싶다’고 코치에게 요구해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뤄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부터 강조한 ‘직구 스피드 올리기’를 후반기에 결국 해냈다. 볼끝까지 좋아져 한층 강해졌다. 문제가 생기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악바리다. 더욱이 이 모든 것은 아프지 않았을 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무대 뒤편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의 호투가 ‘반짝’으로 끝나지 않을 근거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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