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상식 밖 행정…“사과 아니다” 반박
이메일 전문 비공개…여론 맹비난
“FIFA본부 직접찾아 상황 설명할 것”
대한축구협회가 상식 밖의 행정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독도 세리머니’를 했다는 이유로 시상식에서 제외된 박종우(23·부산). 그를 구하기 위해 대한민국 전체가 나섰다. 메달 수여와 관계없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 면제와 연금 등 모든 혜택을 박종우에게도 똑같이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힘을 보태야할 대한축구협회가 헛발질을 했다.
일본 언론들은 14일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사과’ 이메일을 받았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축구협회장이 전날 일본 취재진에게 “조중연 회장 명의로 ‘미안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는 사죄와 재발방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이메일과 팩스를 받았다”고 설명한 데서 비롯됐다. 사태가 커지자 축구협회는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내고 “영문 이메일에 ‘사과(apology)’란 단어는 없었다. 박종우의 행동이 의도적이 아니란 걸 설명하기 위한 취지”라며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가 확대 해석된 것”이라 주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박종우 행동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협회로부터 해명을 듣고 판단한 뒤 이를 IOC에 전해줄 예정이다.
이런 시점에 일본에 메일을 보낼 이유는 전혀 없다. ’독도 세리머니‘를 정치적 선전으로 해석한 건 IOC였고, 축구협회에 사태 해명을 16일까지 하라고 요구한 건 FIFA이지, 일본축구협회가 아니다. 특히 의문스러운 것은 축구협회가 무슨 영문인지 이메일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떳떳하다면 충분히 공개할 사인인데도 입을 닫고 있다. 팬들은 뿔이 단단히 났다. 축구협회 게시판에 “일본에 꼬투리 잡힐 일을 했다” “축구협회 임원 퇴진 서명운동” 등의 항의 댓글을 올리고 일본에 보낸 이메일의 전문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15일 “사안이 중대해 서면 해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FIFA 본부를 직접 찾아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