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결혼도 영화도…아직 못 한 게 많죠”

입력 2012-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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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해본 것이 많다”며 오로지 “진정성의 힘”을 믿는다는 이병헌. 그는 자신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꽉 채웠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이병헌,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로 첫 사극

이민정과 교제 세간의 관심에 피로감 느껴
그래도 마음 편히 데이트할 수 있으니까…
영화 얘기에 방긋…시사회 반응 좋아 기대
월드스타 타이틀? ‘선택하는’ 위치 올라야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못해 따가울 때가 있다. 배우 이병헌의 요즘 상황이 그렇지 않을까.

“세상이 너무 큰 관심을 주는 것 같지 않나?”라고 묻던 이병헌(42)은 이민정과의 교제와 관련한 반복된 질문에 “공개했든, 하지 않았든 모두 힘들다”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이하 광해)의 19일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 이병헌은 당연히 영화와 연기 이야기만 나누고 싶겠지만 세상의 관심사는 예측할 수 없이 폭넓다. 이런 잔인한(?) 상황에 놓였지만 그는 “(공개해서)이제 후련하냐고 묻는다면, 마음은 편하다. 예쁘게 데이트할 시간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뭘 결정할 때는 복합적이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그걸 더 묻는다면…. 솔직히 그 일들까지 활자화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 거기까지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는 말로 열애설이 제기된 4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저간의 사정”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더 파고들 틈은 없었다.

1991년 연기를 시작해 20년 넘도록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 왔지만 요즘처럼 높은 관심을 받은 적도 없다. 이병헌은 “내 말도 아닌데 왜곡돼 기사 제목으로 나올 때면 자신을 스스로 위로한다”면서 “내가 가진 이상으로 날 포장해 주던 기사도 있으니까. 반대로 왜곡하는 것도 있겠지. 그러면 중간이잖나”라고 덤덤해 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광해’, 상업영화로 많은 관객이 즐길 만한”

‘광해’는 흥행 여부를 떠나 이병헌이 대중에게 다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처음 도전한 사극, 1인 2역, 역사와 허구가 뒤섞인 이야기 등 다양한 흥밋거리가 ‘광해’를 채우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건 이병헌의 노련한 연기다.

“어젯밤(4일) 시사회에서 관객 반응을 지켜봤다. 300석이 넘는 극장이었는데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도 없고, 막판에 눈물을 닦는 관객도 있더라.”

‘기대되느냐’고 묻자 이병헌은 곧장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그동안 작품은 평론가가 좋아하거나 적은 관객이 더 좋아했다. 물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빼고. 상업영화로 많은 관객이 좋아한 영화는 많지 않았다. ‘광해’는 메시지가 확실하고, 그만큼 재미도 있다.”

격동의 조선이 배경인 ‘광해’에서 이병헌은 독살 위협에 시달리는 광해군과 밑바닥 인생을 사는 천민 하선을 오간다. 광해를 대신해 왕의 자리에 앉은 하선은 무력한 권력층을 향해 무모하지만 과감한 개혁을 감행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다. 웃음이 터지는 여럿의 장면도 이병헌이 책임진다.

“친근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데…. 작품 한 편으로 친근해지거나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걸, 배우는 실감하기 어렵다. 하긴. 일본 팬들도 ‘지.아이.조’ 촬영하러 가니까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편지를 많이 보냈다.”(웃음)

이병헌은 10일 캐나다로 출국해 브루스 윌리스 등과 호흡하는 영화 ‘레드2’ 촬영을 시작한다. 내년 3월에는 ‘지.아이.조2’를 세계 관객에게 내놓는다. 활동폭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병헌은 “사실은 월드스타? 지금 자리 잡았잖아요? 그런 질문, 그런 평가는 나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미국에서 아직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무슨 월드스타야. 하하! 얼마나 무서운 곳인데. 촬영 몇 번 하다가 감독도 잘리고, 배우도 바뀌고. 나도 선택받는 위치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되면 그땐 두 팔 걷어붙이겠지. 지금은 안갯속을 걷고 있는 기분인데,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헤집고 걸어가는 중이다. ‘한 번 해보자’ 어디까지 가든.”

또 경험자로서 내놓을 수 있는 현실적인 평가에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아무리 잘해도 문화적인 정서에 흠뻑 젖어 경쟁하는 건 힘에 부친다. 연기력의 문제를 떠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금의 나? 중간 정도. 긍부정적 상태가 아니라 딱 중간에 놓인 상황이다.”

하다 보니 목표도 생겼다. 이병헌은 “작은 꿈이 있다”고 운을 뗐다.

“(미국에서)한국 배우로 정점을 찍지 못할 수 있지만 먼저 부딪히면 다음 세대에는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배우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와! 좀 멋진 말 같다”며 웃었다.

새삼스레 돌아보면 이병헌은 데뷔 때부터 줄곧 주인공이었다. 20년째다. 이병헌은 “배우는 작품 속에서 순간적으로 허구일지언정 감정은 늘 진심이 되고 싶다”며 “작품이든 현실이든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도 활짝 열려 있다”고 했다.

“해외 활동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한국영화다. 20년 만의 첫 사극인 것처럼, 아직도 못 한 게 너무 많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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