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진출을 노리는 KIA 타선의 핵 김원섭이 스포츠동아 트위터 인터뷰 시즌2를 통해 팬들과 만나 KIA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살고 있는 소감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작은사진은 KIA 나지완이 지난달 23일 광주 LG전 연장 10회 끝내기안타를 때린 김원섭을 육중한 몸으로 꽉 누르는 모습. 스포츠동아DB
경기 끝나고 SNS로 ‘너 살인미수!’ 보내
올시즌 이미 타점·볼넷 등 개인최고 돌파
이제 곧 FA…광주서 야구 더 하고 싶어
사윗감 나지완? 운동선수한텐 딸 못줘!
KIA 김원섭(34)은 올 시즌 팀 타선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두 시즌의 부진을 뚫고, 2008∼2009시즌 2년 연속 3할 타자의 위용을 회복한 모습이다. 최근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팬들의 질문도 밀려들었다. 인터뷰는 6일 광주 SK전에 앞서 진행됐는데, 김원섭은 평소의 성격처럼 진솔한 목소리로 답변을 시작했다. 그가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제공)의 당첨자는 @okskjs, @egg_ghost, @minte00이다.
-명품다리의 비결은요?(@m1youn)
“일단 부모님이 긴 다리를 물려주셨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러닝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다리가 잘 잡히지 않았나 싶어요.”
-최훈락 선수가 사돈이라고 말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속마음은요?(@dbee63)
“(최)훈락이는 사돈을 맺는다고 하고요. (나)지완이는 ‘내가 형 딸(희원·8)이랑 결혼할 것’이라고 그래요. 그런데 절대 안주죠.(웃음) 운동선수는 너무 밖에 많이 나가있는 직업이라서 딸이 외로움을 많이 탈 것 같아요.”
-인터뷰 때 ‘단 한 분의 팬이 있더라도, 그 팬을 위해 야구를 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참 감동했는데, 김원섭 선수에게 팬이란 어떤 존재이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tripleH0821)
“어제(5일 광주 SK전) 관중이 너무 없어서 놀랐어요. 그러면 뛰는 선수들도 재미가 없어요. 경기에서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팬들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억에 남는 팬은…. 제게 손목·팔꿈치 보호대, 장갑 등 야구도구를 선물해주시는 아저씨 팬이 계세요. ‘광주에 새 경기장 생길 때(2014년)까지는 꼭 야구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하죠.”
-8월 23일(광주 LG전) 경기 결승타(10회말 끝내기) 치고, 나지완 선수의 격한 축하가 있었는데 후일담을 알려주세요(@SuyeonP)
“카카오톡으로 ‘너 살인미수’라고, ‘진짜 죽을 뻔했다’고 말했어요. (나)지완이는 그냥 웃기만 하던걸요. 그날 지완이뿐만 아니라 (김)선빈이도 그렇고, 다들 죽일 듯한 표정으로 뛰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뭉갤 줄은 몰랐지요. 제가 안 무서운가 봐요.(웃음)”
-잊지 못할 감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잊지 못할 순간은요?(@okskjs)
“대학교(단국대) 때 강문길(62·대한야구협회 심판이사) 감독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입학하자마자 간염인 것을 알았어요. 의사도 ‘운동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제가 알아서 훈련을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포지션도 유격수에서 외야수로 전향을 권유해주셨지요. 내야수는 아무래도 수비 훈련량이 더 많으니까…. 만약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야구를 못하고 있을 거예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순간은…. 끝내기 만루홈런(2009년 8월 9일 군산 SK전 2-3으로 뒤지던 9회말)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거든요. ‘9회말 2아웃에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게 현실이 된 거예요.”
-2012년 호랑이 최고의 타자로 활약하시는 것 같은데 개인 성적마음에 드세요?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sunginet)
“저는 솔직히 올 시즌 게임을 뛰지도 못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부진하거나 아프거나 하면, 틈을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거든요. 기회가 오면 2할8푼 정도는 쳐야겠다고 목표를 잡았고요. 그런데 이미 타점, 볼넷 등 시즌 개인최고기록들을 넘어섰으니, 최고의 한해인 것 같아요. 올 시즌에는 이종범 선배님 은퇴경기(5월 26일 광주 LG전·3타수 2안타 4타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관심이 쏠린 경기에서 잘 쳤다는 게 기뻤습니다.”
-연습공이나 파울볼 등 팬들에게 자주 던져주는데 던져줄 때 어떤 마음인가요? 야구를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면 어떤 포지션을 해보고 싶은지요?(@opallios21)
“제가 어렸을 때 잠실야구장을 정말 많이 갔어요. 그런데 수백 번을 가도 파울볼이나 홈런볼을 단 한번도 못 잡아봤어요. 심지어 근처로도 안 떨어지더라고요. 공을 잡고 싶어서 일부러 시범경기에 간 적도 있어요. 관중이 없으니까,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그때부터 ‘내가 만약 프로야구선수가 되면, 나 같은 꼬마들한테 공을 많이 던져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야구장에서 공 하나 잡는 게 좋은 추억이잖아요. 요즘 특히 잠실에서 공을 던져드리면 반응이 좋더라고요.(웃음)”
-사모님과의 결혼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데요. 이 지면을 빌려서 사모님 자랑을 해주신다면? 그리고 자제분들에게 어떤 아버지이고 싶나요.(@egg_ghost)
“아내(이승희 씨·35)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처음 만났어요. 간호사였지요. 어찌 보면 처음 만날 때부터 저를 배려하는 사람이었어요. 자기보다 저를 항상 먼저 생각한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몸 때문에 술을 못 마시니까, 자기도 모임에 안나가더라고요. 지금도 무조건 제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요. 저는 아직도 은행에 돈을 내본 적도 없고, 동사무소에서 뭐 떼어본 적도 없어요. 제가 선수생활이 끝나면 그때는 제가 받은 만큼 와이프를 더 배려하고,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KIA에 처음 트레이드됐을 때(2003년)는 어떤 느낌이었나요.(@minte00)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반반이었어요. 그 때는 정말 KIA의 군기가 셌거든요. ‘어떻게 버티나’ 하는 생각에 겁을 많이 먹었죠. 부모님도 적응을 잘 못할 것 같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하실 정도였어요.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흥분되는 마음도 있었어요. 두산에선 너무 기회가 없어서 거의 야구를 포기했거든요. 아마 그 팀에 계속 있었다면, 그 해에 야구를 그만뒀을 거예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KIA에 오길 잘했죠.”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가 됩니다. 저는 김원섭 선수의 팬으로서 KIA에 계속 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네요(@justicesight)
“제가 FA 할 때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욕심도 없었고…. 사실 올 시즌이 끝나면 성적에 관계없이 FA 권리를 행사해보려고 했어요. 만약 성적이 안 좋아서 1년을 늦춘들, 누가 저를 불러주겠어요? 나이가 있는데…. 올 시즌 이후에도 KIA에 당연히 남고 싶죠. 병들고 나이든 저를 어느 팀에서 불러주겠어요? KIA에서 하다가 끝내고 싶어요. 광주는 제2의 고향이니까.”
붕어천국 광주서 낚시꾼 생활
○30년 뒤 그리는 나의 모습은?
“낚시꾼이요. 제가 붕어낚시를 진짜 좋아하는데, 붕어낚시는 광주가 천국이에요. 선수생활 끝나도 계속 광주에 살 생각이에요. 낚시나 다니면서요.”
김원섭은?
▲생년월일=1978년 12월 18일
▲키·몸무게=180cm·75kg(우투좌타)
▲출신교=장안초∼배명중∼배명고∼단국대
▲프로 경력=1997신인드래프트 OB 2차 7라운드(전체 42순위) 지명, 2001년 두산 입단, 2003년 5월 KIA 이적
▲2012년 연봉=1억3000만원
▲2012년 성적(9일 현재)=107경기 351타수 105안타(타율 0.299) 2홈런 56타점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