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팬선물 덕에 교육비도 아껴”
○…부산에서 롯데 선수로 산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돌 그룹을 능가하는 인기를 자랑하기 때문에 택시를 타든, 식당에서 밥을 먹든 늘 사람들의 시선을 조심해야죠. 심지어 코칭스태프나 구단 관계자들의 휴대폰에는 실시간으로 “선수 OOO가 어디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진다고 하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맥주 한 잔을 할 때도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성적이 안 좋기라도 하면 곧바로 욕설이 쏟아집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 때문에 선수들은 물론 가족이 상처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죠. 하지만 그런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관심에 비례하는 사랑 덕분이겠죠. 최근 악성 댓글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롯데 홍성흔도 9일 사직 경기에 앞서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아들고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한 팬이 아들 화철이를 위한 학용품을 한 아름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양승호 감독이 직접 받아온 쇼핑백에는 노트부터 볼펜, 필통까지 각종 학용품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주변에선 홍성흔에게 “팬들 덕분에 교육비도 덜 들겠다”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고요. 양 감독도 각종 영양제가 가득 든 쇼핑백을 양 손에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요즘 팬들의 사랑, 정말 대단하네요.
이호준 때문에…하루 세번 놀란 이만수
○…SK 이호준이 8일 문학 넥센전에서 코칭스태프를 3번이나 놀라게 했습니다. 먼저 7회말 시즌 3번째 도루를 성공했어요. 1루주자였던 이호준은 런앤드히트 사인이 나와 2루를 향해 뛰었는데 타자 박정권이 타격을 하지 않은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심판의 콜은 세이프였죠. 8회말 무사 1·2루선 지시하지 않은 번트를 댔습니다. 결과는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이었고요. 득점권에 주자를 놓고 4번타자가 희생번트가 아닌 기습번트를 시도하려다 아웃됐으니 선수단과 팬 모두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죠. 하지만 이 두 가지 장면 속에 더 놀랄만한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이호준은 7회말 도루를 하다 베이스를 잘못 짚어 왼쪽 손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때문에 손목이 잘 돌아가지 않자 8회말 타석에선 정상적인 타격이 불가능했던 거죠. 이호준은 이런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치렀습니다. 결국 이호준은 이튿날 넥센전에는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제외된 채 하루를 쉬었어요. 9일 경기 전 SK 이만수 감독은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이)호준이에게 번트를 지시한 것으로 오해했을 것 같다. 이야기를 안 해서 팔목에 부상을 입었는지 전혀 몰랐다”며 “알았다면 대타를 내보냈을 것”이라고 ‘이호준 번트작전 의혹’을 해명했습니다.
손장난하다…‘장원삼표 체인지업’ 비밀
○…삼성 장원삼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다승왕 후보입니다. 14승을 올리며 다승 단독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요. 삼성 탈보트, 롯데 유먼, 넥센 나이트가 맹추격을 해오고 있지만 시즌 막바지 힘을 내며 토종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그가 위력적인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새롭게 장착한 체인지업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데요.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그만인 구종입니다. 특히 좌투수의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져 맞혀 잡는 데 효과적이죠. 원래 슬라이더가 특기였던 장원삼도 체인지업을 추가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원삼표 체인지업’에는 탄생비화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립을 전수받은 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체득했다’가 아니라 방안에서 공을 가지고 손장난을 하다가 체인지업 그립을 찾았다고 하네요. 곧바로 다음날 캐치볼을 하면서 테스트해봤더니 생각보다 잘 떨어져 쓰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지금도 70∼80% 정도 손에 익었다고 하는데, 만약 류현진(한화)처럼 완전한 무기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무시무시해질지 기대가 되네요.
김기태, 사흘 밤낮 번트만 공부한 사연
○…LG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왼손타자이자 홈런왕이었죠. 그런데 코치 시절 뜨끔한 질문을 받았대요. 요미우리 2군 타격코치 시절 김 감독은 선수에게 “기습번트 요령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답니다. 그러나 아뿔싸. 김 감독은 프로 15년 동안 기습번트를 딱 한번 시도해봤어요. 게다가 결과는 실패였죠. 사실 프로 내내 클린업트리오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했으니 기습번트가 어울리지 않았어요. 희생번트도 선수생활 후반부에 해봤지, 전성기에는 거의 없었대요.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했다고 해요. “난 기습번트에 대해 잘 모른다. 대신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주겠다”고요. 하지만 당시 요미우리 타격 파트, 2군 감독 모두 홈런타자 출신이라서 기습번트를 잘 모르더래요. 결국 수비코치나 주루코치들에게 부탁해서 번트훈련을 시키고, 3일 밤낮을 공부해서 기습번트에 대해 설명했다고 하네요. 괜히 요미우리에서 정식 코치로 인정받은 게 아니었나 봐요. 나중에는 퓨처스팀 감독까지 지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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