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은 6월 개최한 워크숍을 통해 대반전을 이뤄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포항만의 축구를 정착시켰다. 포항 선수단이 FA컵 우승을 차지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6월6일은 포항 스틸러스에 현충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극적 반전이 시작된 날이다. 포항은 15라운드까지 5승4무6패로 9위까지 처졌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시작된 16∼30라운드에서 10승1무4패를 거뒀다. 이 기간 성적만 보면 1위다. 포항은 현재 그룹A에서 4위다. FA컵에서도 승승장구했다. 6월20일 광주와 16강전을 시작으로 전북, 제주, 경남을 모두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은 6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된 것이다. 6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월 워크숍-변화의 시작
시즌 초반 포항 부진이 계속되자 포스코경영연구소 교육혁신사업부문 손성욱 상무가 워크숍을 제안했다. 손 상무는 2년 전 K리그에 큰 바람을 일으켰던 ‘스틸러스 웨이’의 입안자.
6월6일 워크숍이 열렸다. 감독, 코치 빼고 선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다. 처음에는 주저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손 상무는 “구단 발전을 위한 거다. 감독도 동의했다. 어떤 불이익도 없다”고 약속했다.
당시 워크숍 자료를 보면 선수들의 솔직한 심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작전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시 묻기 힘들다’ ‘실수하면 지적만 하지 말고 자세히 알려 달라’ ‘외국인공격수들이 골을 못 넣어 힘들다‘ 등. ‘어차피 줄 수당 경기직후 바로 달라’는 의견부터 ‘경기 중 공이 안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이 중 가장 폭 넓게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은 ‘포항만의 축구를 하자’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포항 특유의 짧은 패스 플레이를 원했다. 그런데 초반 성적이 부진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롱 킥을 하라는 벤치 신호에 선수들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내질렀다.
선수들끼리의 자유토론 후 발표시간에 황선홍 감독, 코치들이 들어왔다. 사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감독 권위에 심각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황 감독은 흔쾌히 수용했다. 선수들 발표를 주의 깊게 들었다. 특히 황 감독은 “나도 롱 킥을 원하지 않는다. 너희와 똑 같다. 승패는 내가 책임지니 연연하지 말고 우리 플레이를 하자”고 말했다. 지적할 부분은 확실히 꼬집었다. 외국인공격수들에게 불만이 있는 것에 대해 “모두 똑 같은 동료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구단도 거들었다. 이후부터 수당은 곧바로 지급되고 있다.
워크숍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팀 변화의 촉매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분명하다. 구단의 의지와 선수들의 용기, 제자들 의견을 가감 없이 수용한 황 감독의 결단이 잘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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