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의 가을 다이어리] “잊지 못할 마지막을 위하여…” 푸른피의 오치아이가 뜁니다

입력 2012-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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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후 일본 복귀를 결정해서인지 이번 KS를 맞은 삼성 오치아이 투수코치의 마음가짐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엔트리에 등록된 12명의 투수들과 마주했습니다. “너희는 선택 받은 12명이다.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너희는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공을 최선을 다해 던져달라.”

한국에 온 뒤 떨리지 않은 경기가 없습니다. 매 순간이 뜻 깊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KS는 제게 의미가 남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전 올 시즌이 끝나면 일본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한국행을 결정했을 때부터 제 스스로 정한 기한이 3년이었고, 올해가 마지막 해입니다.

3년간 행복했습니다. 삼성 투수들처럼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투수코치가 가장 뿌듯할 때는 좋은 성적을 낸 것보다 아픈 투수가 없을 때입니다. 저 역시 김태한 코치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크게 다친 선수 없이 꾸준히 걸어온 게 가장 뿌듯합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우승도 경험했습니다. 투수들이 잘 해준 덕분입니다. 올 시즌 역시 힘든 상황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고, KS 1·2차전에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시나리오로 SK를 눌렀습니다. 3·4차전 패배는 선수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의 실수입니다. 3차전 6-1로 앞서고 있을 때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서둘렀습니다. 그렇게 흐름을 넘겨준, 제 잘못이 큽니다. 5차전부터는, KS가 3연전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그게 절 믿고 따라준 선수들과 저에게 투수진을 맡겨준 감독님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에서의 생활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특히 앞으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차우찬과 정인욱의 성장과정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할 겁니다. 그 전에 제게 남은 3경기, 마지막까지 삼성답게 뛰겠습니다. 제 몸에 흐르는 ‘푸른 피’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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