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윤희상. 스포츠동아DB
30일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은 SK 윤희상(27·사진)의 각오다. 그는 KS 1차전에서 8이닝 3실점으로 완투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렇게 주목 받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1회 삼성 이승엽에게 2점홈런을 맞은 것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 전에 유인구성 포크볼을 던졌는데, 속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다가….” 당시 그가 던진 공은 좌타자 이승엽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포크볼. 약간 높기는 했지만, 실투도 아니었다. “홈런을 맞고 이승엽 선배를 잡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투수라면 누구나 그런 게 있죠. 그러다 볼넷도 주고….”
윤희상은 2004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 2억원을 받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신인시절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범호-김태균에게 홈런을 맞고 자신감을 잃었다. “‘내 공이 이렇게 쉽게 맞나?’ 싶었다. 그 이후 도망 다니는 피칭을 했다. 그 때 잃었던 자신감을 찾는데 7년이 걸린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 다르다. 10승투수로 성장한 윤희상에게 이승엽의 홈런은 ‘경기 운영의 묘’를 되새기게 했다. “5차전에선 냉정하게 던져야죠. 타자를 잡아야 할 때는 붙고, 상황에 따라 조심히 가야 할 때는 피하고….” 윤희상은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욕심을 버렸다. ‘채우기 위해 비운’ 그가 5차전에서 어떤 피칭을 할까.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