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미국 진출 86일…‘낯선 이방인, 세계를 흔들다’

입력 2012-11-09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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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10월 4일 밤 서울광장에서 7만여 시민과 함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한가한 스케줄을 보내던 한국의 평범한 가수에 불과했다.”

가수 싸이(35, 박재상)가 7일 영국 옥스퍼드 대학 강연에서 한 이야기다. 그의 말대로다. 싸이는 한국의 평범한 가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차트 7주 연속 2위,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6억 건을 넘어 역대 2위를 차지했다. 그뿐 아니다. 브리트니스피어스, 리한나, 어셔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싸이 앓이’를 인증한 것은 물론,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까지 말춤을 언급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싸이 돌풍’이 일어나고 있다.


▶‘돌풍의 진원지, B급 뮤직비디오’

놀라운 돌풍의 시작은 7월 15일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였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 말춤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담긴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급속도로 상승했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싸이는 저스틴비버 등 세계적 팝스타들이 소속된 미국 대형 음반사 아일랜드 데프잼 레코딩스와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나섰다.

이후 싸이는 9월 초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의 시상자로 나섰고, NBC ‘엘렌 드제러너스 쇼’, ‘투데이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ABC ‘나이트라인’, ‘굿모닝아메리카’ 등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창한 영어실력과 유쾌한 화법으로 각종 화제를 모았다.

방송 출연에 힘입어 빌보드차트 2위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캐나다, 필리핀 등 세계 각국 아이튠즈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는 수천 명의 인원이 모여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플래시몹이 펼쳐졌다.

11월 3일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 표지를 장식한 싸이. 사진 출처ㅣ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폭발적이다. 2012 월드시리즈 기간에도 샌프란시스코와 디트로이트의 홈구장에서는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고, 관중들은 함께 말춤을 췄다. NBA도 마찬가지다. 시즌이 개막되면서 브레이크 타임의 최고 인기곡은 ‘강남스타일’이 됐다.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는 말춤을 즐겨추고 있고, NFL과 유럽축구 등 스포츠 열기가 뜨거운 곳에는 ‘강남스타일’이 함께 하고 있다. 전에 없던 색다른 문화가 싸이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세계가 말하는 그의 인기비결 ‘코믹함과 위트 있는 말솜씨’

싸이는 스스로 자신의 인기 비결을 ‘코믹함’으로 꼽았다.

싸이는 대학 강연 및 각종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려는 노력이 세계인들에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그의 인기 비결을 분석하고 나섰다.

AFP 통신은 ‘보이-걸그룹처럼 잘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을 싸이의 인기비결로 꼽았고, 워싱턴포스트(WP)는 ‘대중의 기호를 간파한 독창성’이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싸이의 위트 있는 말솜씨와 상황에 어울리는 ‘돌발 행동’도 인기 비결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했던 ‘Dress Classy Dance Cheesy’ (옷은 클래식하게 입고 댄스는 싸구려 느낌으로)라는 말은 싸이를 대표하는표현이 됐고, 초반 흥행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또 최근 있었던 파리 공연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높은 계단에서 춤을 추는 행동도 유럽팬들을 열광시켰다.

싸이가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2만여명의 팬들과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사진 출처ㅣ유투브 해당영상 캡처


그 외 국내외 음악 관계자 및 평론가들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춤”, “싸이가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통했다”, “패러디와 플래시몹 등이 가능한 음악적 장치들” 등을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믹을 넘어 ‘실력과 진솔함으로…’

싸이 열풍의 발단은 시대적 흐름과 기회가 잘 맞아 떨어진 기적 같은 행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잠깐의 행운으로 반짝였다고 하기에 그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또 길다. 단순히 중독성 있는 노래와 춤을 넘어선 그만의 강점이 있는 것.

무대 위에서 보이는 그의 진짜 실력과 해외 각종 TV, 라디오 등에서 보이는 그의 진솔하고 유쾌한 매력이 싸이 열풍에 큰 시너지 효과를 불어 넣었다.

“가수로 성공하기에는 용모가 부족했지만 엉뚱함 속에서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싸이는 옥스퍼드대 강연에서 가수로서의 장벽을 극복한 사연을 전했다. 이제 그는 세계의 장벽도 극복하고 있다.

어느새 처음 외신들이 소개하던 ‘chubby asian(통통한 아시아인)’이 아닌 ‘psy from korea’(한국의 싸이)가 된 싸이.

믿기 어렵겠지만 세계를 흔들고 있는 이 모든 ‘싸이 신드롬’은 그의 미국 진출 86일 만에 이뤄졌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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