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개콘’ 핑크레이디 마침내 정체 밝혀져…도대체 누구?

입력 2012-11-20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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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핑크레이디’는 “‘핑크’가 되기 위해선 작고 통통한 몸매와 몸치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인터뷰는 비밀리에 진행됐다.

‘핑크레이디’를 여의도 밖으로 움직이게 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KBS 2TV ‘개그콘서트’ 무대 밖에서 벗어나기까지 회의시간만 하루가 넘게 걸렸다. 인터뷰 당일, ‘핑크레이디’는 까맣게 썬팅된 두 대의 차로 조용히 움직였다. 총 4명의 매니저를 대동했고, 정체를 전혀 모르는 매니저 1명은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톱스타 못지 않은 철통보안이다. 핑크 1·2·3호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헬멧을 벗지 않으려고 커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핑크색 전신 쫄쫄이와 헬멧 속에 정체를 꼭꼭 감춘 ‘핑크레이디’는 괴짜 박사 부부 조승희(29), 김장군(30)을 필두로 이른 아침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을 습격했다.

▶ “핑크레이디, 더 유치해질 테다!”

‘핑크레이디’는 개그맨 지망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조승희와 김장군 콤비의 두 번째 작품이다.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코너를 짜고 싶었다. 남자에게 반하기도 하는 여성 영웅이라면 귀엽겠더라. 여자의 상징은 핑크 아닌가. 하굣길 어린 여학생들을 봤더니 핑크색 소품 하나씩은 지니고 있더라. 보는 순간 확신이 섰다.” (김장군)

영웅이 등장할 때는 배경음악도 한몫하는 법. “악당들아 꼼짝 말아라. 우리는 핑크레이디. 핑크 핑크 주문을 외쳐라. 희망이 솟아오른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하고도 유치한 멜로디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만화 주제가처럼 구성했다. 제작진도 ‘더 유치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노래는 매회 무대에서 라이브로 부른다. ‘핑크’의 가녀린 목소리는 커튼 뒤에서 안소미가 대신한다. 노래에 반응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아직 벨소리까지는 생각도 못했지만 저작권 등록은 했다. 무엇보다 노래의 포인트는 핑크 요원들의 어설픈 안무 동작이다. 보시다시피 핑크 요원들이 빼어난 몸매가 아니지 않나.” (조승희)

아련한 추억 속 영웅의 등장에 ‘유치하다’는 비난도 있지만, 다른 코너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반응도 눈에 띈다.

“SNS를 통해 ‘핑크 레이디’에게 도움을 많이 요청한다. 예를 들면 ‘차가 막혀요. 어떡해요. 핑크레이디!’, ‘내일 시험인데, 공부를 안 했어요. 도와주세요. 핑크레이디’. 안타깝게도 우린 트위터를 할 줄 몰라 답을 할 수가 없다. 음하하.” (조승희, 김장군)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핑크레이디’.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어디선 나타난다, 핑크레이디”

‘핑크레이디’는 ‘개콘’ 서수민 PD와 선배 개그맨들도 모르게 준비됐다. 처음엔 핑크 쫄쫄이를 2만5000 원에 몰래 사 입고, 헬멧 앞부분도 검정 테이프로 손수 붙였다.

“첫 검사 때, ‘핑크’ 셋은 서 PD님이 출근하기 전부터 커튼 뒤에 웅크리고 숨어있었다. 다리가 아플뿐더러 긴 시간동안 헬멧을 쓰고 있느라 숨이 막혀 고생했다더라. 첫 반응은? 모두들 ‘어우! 야 이게 뭐야!’라며 손사레를 치더니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더라.” (김장군, 조승희)

10월 28일 첫 무대 후, 시청자들의 관심은 ‘핑크레이디’의 정체에 쏠렸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핑크레이디 주인공들의 얼굴이 너무 궁금하다”, “코미디계의 얼굴 없는 가수 같은 건가요? 정말 너무 궁금합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KBS 개그맨 공채 10기 송은이는 궁금한 나머지 조승희에게 “핑크레이디 누구냐. 빨리 말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가족들도 모른다. 첫 방송 후 친언니가 전화로 ‘핑크’ 정체를 묻더라. 심지어 형부에게도 비밀로 한다더라. 하지만 끝까지 알려주지 않아 언니와 싸우고 말았다. ‘핑크’ 역시 한 명을 제외하고는 가족도 모른다.” (조승희)

‘핑크레이디’는 매주 수요일 ‘개콘’ 녹화 전, 어디선가 몰래 핑크 쫄쫄이를 입고 등장한다. 물론 보안 유지를 위해 셋은 따로 움직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핑크레이디’의 일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마침내 밝혀진 정체, 핑크 헬멧 속 그녀는…’

‘핑크레이디’의 주목적은 지구평화를 위한 우주 용사. 괴짜 박사 부부에 따르면 ‘핑크’ 1호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통제 불능이다. 2호 역시 괴팍하고, 된장 끼가 엿보인다. 3호는 가장 온순하다. 통제 불능 ‘핑크레이디’가 동아닷컴에 속마음을 밝혔다.

- 자신의 외모는 미녀 개그우먼 김지민 측인가? 타고난 개그우먼 오나미 측인가?
핑크 1호 : 김지민보다 예쁘다.
핑크 2호 : 김지민이랑 비교하니 기분 나쁘다. 난 개성파!
핑크 3호 : 김지민 > 핑크 3호 > 오나미

- 서로 외모 순위를 매긴다면?
핑크 1호 : 핑크 1호 - 2호 - 3호
핑크 2호 : 핑크 2호 - 3호 - 1호. 1호는 사람이 아니무니다.
핑크 3호 : 핑크 3호 - 2호 - 1호. 1호는 우리 중 가장 최하 외모다.

- 긴 시간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나.
핑크 1호 : 요즘 슬럼프인 것 같다
핑크 2호 : 지금이 슬럼프다. (‘핑크레이디’를 하면서)
핑크 3호 : 그렇다

- ‘핑크레이디’로 활동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핑크 1호 : 헬멧에 김서림 방지제를 뿌려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 헬멧을 벗으면 눈이 부실 정도다.
핑크 2호 : 숨쉬기 힘들다. 또 헬멧에 침냄새가 배여 고역이다.
핑크 3호 : 헤어스타일이 망가진다. -_-;;

- 가장 호흡이 맞지 않는 멤버는.
핑크 1·2·3호 : 만장일치 핑크 2호. 박치, 몸치다.

-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핑크 2호 : 우선 이제 얼굴을 가리는 건 그만하겠다. 명예, 돈, 모두 덕 되는 게 없다. 고생은 우리가 다 한다. 아빠엄마(김장군, 조승희 분)보다 오래 살 거다! 헬멧을 벗은 후 개성파, 인상파,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
핑크 3호 : 난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 헬멧은 나의 분신이다. 우리의 정체를 알면 다친다!

‘핑크레이디’는 더 이상의 인터뷰는 거절했다. 하지만 끈질긴 질문과 취재 끝에 동아닷컴 연예뉴스팀은 핑크레이디 중 한 명의 정체를 밝히는데 성공했다. ‘핑크레이디’ 측도 당황하고 말았다. 결국 "제발 이름만은 공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몇 가지 힌트를 적어보면 ‘핑크레이디’ 중 한 명은 KBS 23~26기에 속한다. 현재 ‘개콘’의 타 코너에도 출연 중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결코 미녀 개그우먼은 아니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정체는 언제 밝혀질까.
“코너가 끝날 때 밝히려고 했으나, 계획 변경 가능성이 있다. 핑크의 정체가 코너의 초점이 아니다. 앞으로 영웅에 관한 공감을 그리고 싶다. 기대해달라.” (일동)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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