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마의’ 침술로 말을 구하다

입력 2012-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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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째 서울경마공원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현대판 마의’ 김영균씨가 경주마에게 침술 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수의사 김영균 씨

양약만으론 한계…일본서 ‘이콰인 침술’ 익혀
사망률 높은 말산통도 침술로 1년 수백건 진료
최우수마 ‘남도제압’ 부상 복귀 후 옛기량 뽐내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29년째 개업 수의사로 활동하는 김영균(55)씨. 경마 관계자들은 그를 ‘현대판 마의’라고 부른다.

요즘 방송중인 MBC 월화드라마 ‘마의’의 주인공 백광현이 탁월한 의술과 남다른 정성으로 보살피듯, 김영균 수의사는 아프거나 다친 경주마를 침술로 회복시키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진짜 ‘마의(馬醫)’다.

김영균 씨가 마사회에 수의사로 입사한 것은 1984년. 그때만 해도 그는 서구의학으로 경주마를 치료했다. 하지만 양약만을 사용한 치료 방법에 한계를 느끼고 1986년 국내 최초로 일본 도쿄의 경주마트레이닝센터 ‘미호 트레이닝센터’(MIHO training center)에서 한방 수의학을 공부했다. 특히 4개월 동안 그곳에서 ‘이콰인 침술’(Equine acupuncture:말침술)을 배운 뒤 한국에 돌아와 29년 동안 꾸준히 임상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양약과 침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한방·양방 수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 위기 맞았던 경주마들, 침술로 재기시켜

특히 김영균 수의사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여러 경주마들을 살려 명성이 높다. ‘말산통’으로 알려진 경주마 배앓이는 93년 전까지는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었다. 하지만 김영균 수의사는 수술없이 침술만으로 일년에 수백건의 말산통을 진료했다.

2010년 부산경마공원 상반기 최우수 국산마였던 ‘남도제압’은 2011년 갑작스런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김영균 수의사의 침술로 경주에 복귀해 우승을 했다. 통산 12승을 올린 ‘기라성’도 완치가 어려운 천장관(천골과 장골 사이 관절)을 침술로 치료하고 1군 경기에 참여해 4연승을 기록했다.

김영균 수의사는 일반적인 침술은 물론 약을 투여하는 약침술, 전기를 통하는 전침술 등 모든 침술에 두루 능하다. 그는 증상과 혈의 위치에 따라 어떤 침술을 사용할지 선택한다.

김영균 수의사는 “말은 인간의 혈과 많이 닮아서 침술 적용이 어렵지 않다”며 “올림픽선수들이 경기 후 침술치료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처럼 말도 침술을 활용해 근육을 풀어주고 기의 흐름을 뚫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콰인 침술이란?

1970년부터 활성화된 동물 침술치료는 말뿐만 아니라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에게도 사용하는 유럽에서는 일상화된 치료법. ‘이콰인 침술’은 가늘고 예민한 바늘(또는 유사도구)로 마체의 일정한 부위에 자극을 주어 기혈을 조절하고 질병을 치료한다. 수천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이콰인 침술은 아랍권까지 실크로드를 통해서 전파되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단일전공과목으로 개설될 정도이고, 한국은 현재 관련 세미나와 한방수의학 전공 수강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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