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EPL의 감독경질, K리그와 경우 달라”

입력 2012-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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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동아일보DB

이영표. 동아일보DB

“유럽에선 성적=수입, 포커스가 달라
성적 앞에 감독들 파리목숨 크게 잘못
구단 고위층들 부터 생각이 달라져야
MLS서 지는 팀도 인터뷰 신선한 충격”


이영표(35·밴쿠버 화이트캡스)가 한 마디 할 때마다 그의 에이전트가 연신 곤혹스러워 했다. 13일 서울 신문로 가든플레이스에서 열린 이영표의 기자회견. 그가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할 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영표는 “많은 분들이 은퇴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기대를 저버리고 1년을 더 뛰기로 했다. 1년 후에는 반드시 은퇴할 생각이다”며 웃음을 지었다. 기자회견 1∼2일 전까지도 결정을 못 내릴 정도로 고민했다는 후문. 이영표는 “체력이 떨어지지 않은데다가 클럽에서 좋은 제안을 했다. 밴쿠버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1년 후에 행정, 재정, 운영, 마케팅 전 분야에 걸쳐 구단 안에서 직접 배우고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씀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자회견은 이영표가 한국축구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 등을 두루 밝히는 쪽으로 흘러갔다. 당사자들이 들으면 섭섭해 할 정도의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영표 에이전시 지쎈의 류택형 이사가 “오늘 기자회견이 끝나면 여러 구단, 축구인에게 전화를 많이 받겠다”며 수위조절을 부탁했지만 이영표의 말은 거침없이 한국축구의 폐부를 찔렀다.


○성적 집착을 버려라

이영표는 “오늘 아침 K리그 감독이 (올해에만) 10명이 바뀌었다는 기사를 봤다. K리그 관계자들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다”고 말문을 열었다.

“중요한 것은 K리그 관중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더 많은 스폰서와 중계권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축구 시장이 커지고 축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즐거워져야 한다. 그러나 K리그는 이기고 성적을 내는 데만 목적이 있다. 올해 뿐 아니라 매년 1위부터 16위까지 순위는 갈린다. 그럼 매해 성적을 못 낸 지도자들은 10명씩 잘려야 하나. 한국축구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물론 축구 선진국 유럽에서도 성적에 따른 사령탑 경질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영표는 전혀 다른 경우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은 성적에 따라 수입이 완전히 달라진다.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그것도 못 나가는 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유럽은 앞에 드러나는 게 성적일 뿐 이면을 들춰보면 수입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감독경질이) 말 그대로 성적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포커스가 잘못 맞춰져 있다.”

K리그는 몇몇 팀을 빼 놓고는 기업, 시·도민구단을 막론하고 구단주나 시장 그리고 이들이 선임한 사·단장들이 자신의 재임 중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목을 매는 구조다. 이영표는 “감독 바꿀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팬이 우선이다

이영표가 또 하나 강조한 것은 팬 서비스였다.

“유럽, 일본, 중동 심지어 축구 불모지인 미국도 관중이 많다. 왜 K리그만 관중이 없는가가 늘 궁금하다. 한국 국민들이 축구를 덜 좋아해서? 아니다.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 이들이 경기장에 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영표는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의 신선했던 충격을 예로 들었다.

“미국에서는 전반에 0-2로 지고 있는 팀도 하프타임 때 인터뷰를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왜? 팬이 궁금해 하고 팬이 원하니까. 한국도 바뀌어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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