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동료 믿음 싹트며 끈끈한 경기력 회복
상위권 팀들도 이젠 만만하게 못볼 것”
“이제 상위 4팀(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LIG손해보험)이 우리를 쉽게 보지는 못할 것이다.”
12일 강호 현대캐피탈을 풀세트 접전 끝에 꺾고 2연승을 거둔 러시앤캐시 김호철(사진) 감독은 “이제야 비로소 선수들이 서로를 믿기 시작했다”며 활짝 웃었다. 8일 KEPCO를 3-0으로 완파하며 9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러시앤캐시가 현대캐피탈을 잡고 2연승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김 감독은 “우리는 끈질긴 경기를 했다. 현대캐피탈의 미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야 선수들의 몸과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앤캐시 선수들은 대내외적인 문제들로 인해 비 시즌동안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 모 기업이 없는 상황도 선수들의 사기를 꺾었다. 김 감독은 “체력도 문제였지만 선수들이 굉장히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잃었고, 불안함만 커져 있는 상태였다”고 부임 직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피나는 노력 외에는 답이 없었다. 일단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면담을 강화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도 병행했다. 현재 선수들은 시즌 시작 시점과 비교해 평균 5∼6kg을 감량한 상태다. 감독이 믿음을 주자 선수들도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경기를 앞두고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했고, 야간 개인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서서히 몸이 만들어지고, 첫 승도 거두면서 비로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싹텄다. 미스 하나만 해도 불안해하던 모습이 없어지면서 더욱 끈끈한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2연승 보다는 이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고 평가했다.
물론 러시앤캐시는 아직 미완성의 팀이다. 외국인선수 다미는 테크닉 면에서 타 팀 용병들에 비해 한참 뒤져 있고, 최홍석과 안준찬도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아 서로 번갈아 경기에 나선다. 하지만 선수들이 최근 2경기에서 보여준 집중력과 끈기는 상대 팀을 긴장되게 만들었고, 이는 곧 V리그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