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영상까지 공개…풍자개그 해명시대? 왜 이렇게 웃기냐∼∼

입력 2012-1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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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녀석들’ 코너를 이끄는 박성광-정태호-신보라(왼쪽부터). 사진출처|방송캡처

용감한 녀석들 “코미디 하지 마라”
“박근혜 당선인 지목” 집단 공격에
朴·文 모두 언급한 녹화 원본 공개

개그계 “개그 해명세태 씁쓸하다 ”

‘풍자 개그, 속 시원하다더니….’

우리 사회에 ‘돌직구’를 던지는 발언으로 박수를 받아온 KBS 2TV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정태호 박성광 양선일 신보라)이 이번에는 바로 그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발단은 ‘용감한 녀석들’이 23일 방송에서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당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정태호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지목하며 “서민들을 위한 정책, 학생, 기업들을 위한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 마라. 코미디는 하지 마라. 우리가 할 게 없다. 왜 이렇게 웃기냐. 국민 웃기는 건 내가 하겠다. 나랏일에만 신경 쓰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 후 누리꾼들은 집단적으로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개그에 정치색이 묻어난다는 비판부터, 정태호 개인의 정치 성향까지 파헤치며 온라인상 ‘편가르기’가 가열됐다. 이에 정태호는 이튿날인 24일 트위터를 통해 “저의 발언은 어느 편에 서서 이야기한 것이 아닙니다. 좀 더 고민하고 신중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문제가 커지자 서수민 CP(책임 프로듀서)는 ‘개그콘서트’의 원본 영상 공개까지 공개하며 시청자의 오해 풀기에 나섰다. ‘용감한 녀석들’ 무편집본 영상을 살펴보면 ‘개그콘서트’ 녹화가 대선 투표일인 19일 진행되면서 정태호의 발언이 박근혜, 문재인 후보를 향해 똑같이 두 번 녹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관계자들은 원본 영상까지 공개하며 개그의 내용을 해명해야 하는 세태에 씁쓸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풍자 개그로 대중들과 소통하던 개그맨들은 앞으로 풍자의 대상과 이후의 논란까지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개그콘서트’의 한 관계자는 25일 “코미디가 발전한 미국 등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각계 인사들이 패러디와 코미디의 소재로 상당수 활용된다. 개그를 개그로만 보지 못하는 세태 풍자에 대한 열린 마음이 아쉽다”고 이해를 부탁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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