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에 두 개의 두뇌를 가진 듀얼(Dual)코어 프로세서가 PC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의 일이다. 듀얼코어 프로세서의 등장은 PC시장은 물론 IT시장 전체에 큰 화제를 불렀고, 한동안 듀얼코어는 고성능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졌다. 하지만 2010년 즈음부터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아주 일반적인 것이 되었으며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Quad)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PC도 흔해졌다. 급기야 2010년부터 6개의 코어를 가진 헥사(Hexa)코어, 8개의 코어를 가진 옥타(Octa)코어 프로세서도 출시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의 발전 속도를 사용자들이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헥사코어, 옥타코어 프로세서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PC시장은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기반 PC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태블릿PC,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기기가 IT시장을 이끌게 되면서 일반PC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이니 게임매니아나 전문가를 제외하면 굳이 값비싼 헥사코어, 옥타코어 기반의 PC에 관심을 두는 일반 소비자의 수가 적은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PC용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인텔, AMD 등의 업체들은 애가 탄다. 보다 고성능 제품을 내놓기 위한 기술개발은 계속 해야 하는데 판매량은 좀처럼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값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판매하기도 한다. 이는 후발주자인 AMD의 움직임이 한층 적극적이다.
2012년 12월 현재, AMD의 옥타코어 프로세서인 ‘AMD FX 8120(코드명 잠베지)’은 13만 7,000원(인터넷 최저가 기준)에 팔리고 있다. 지난 10월에 신형 FX(코드명 비쉐라)가 출시된 탓도 있긴 하지만, 8개의 코어에 3.1GHz의 동작속도를 갖춘 고급형 프로세서를 14만원도 되지 않는 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참고로 이는 인텔의 보급형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코어 i3’와 비슷한 가격이다.
신규 PC의 수요 외에도 기존 PC사용자들의 업그레이드 수요를 잡아두려는 AMD의 의지 역시 남다르다. AMD는 올 10월에 신형 FX(비쉐라)를 출시하면서 프로세서의 소켓(결합부) 규격을 이전 FX(잠베지)와 동일한 AM3+ 규격으로 유지했다. 쉽게 말하자면 기존 AMD 프로세서 기반 PC를 가진 사용자 중 상당수가 메인보드(주기판) 교체 없이 프로세서만 신형 FX로 교체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 외에도 AMD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하나로 합친 통합프로세서인 ‘APU(가속처리장치)’의 보급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해 장착하지 않아도 화면 출력이 가능하며, 3D게임의 원활한 구동도 가능한 것이 APU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텔 역시 통합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지만 3D게임 처리능력 면에서 AMD의 APU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와 같이 PC업계의 불황을 맞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AMD의 노력은 가상할 정도다. 특히 PC관련 지출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착한 비즈니스’로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쏠린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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