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워’ 손예진 “‘신비주의’, 하고 싶어도 그럴 성격 안돼”

입력 2012-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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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은 “‘물놀이 가자’고 경쾌하게 시작했지만, 촬영 시작하기 바로 전은 너무 힘들고 싫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손예진은 “‘물놀이 가자’고 경쾌하게 시작했지만, 촬영 시작하기 바로 전은 너무 힘들고 싫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손예진(30)은 ‘흥행보증수표’ 배우다. 어쩌면 그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는 늘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역할을 선택했고 그의 의지대로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그렇게 작품마다 무난한 흥행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무난하지 않았다. 손예진은 “이러면 안 되는데 영화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잠을 못자요”라고 말했다.

신입감독과 후배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한 손예진은 영화가 개봉할 때, 매주 스코어와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등 부담감을 가졌고 누구보다 치열하리만큼 영화 홍보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 중 하나다.

그런데 이번 ‘타워’만큼은 선배들에게 기대고 싶단다. 그는 “언제 내가 그런 대작을 해보겠나”며 “그리고 이번만큼은 그동안 짊어졌던 짐을 선배들에게 나눠드리고 싶다”며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타워’는 정말 잘 돼야하는 작품”이라며 “그래야 우리나라에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영화인으로서 책임감있게 말하기도 했다.

1000만 배우를 기대하는 건 아니냐고 물으니 손예진은 “1000만 영화 ‘해운대’에 출연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긴 한다. 그래서 ‘해운대’랑 많이 비교되는 것 같기도 하고…. 1000만 배우가 되면 왜 좋지 않겠나. 어떤 기분일 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영화 ‘타워’(감독: 김지훈, 제작: 더타워픽쳐스)에서 최악의 화재참사를 당한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사투를 벌이는 푸드몰 매니저 윤희를 연기한 손예진을 만났다.

▶ “넘어지고 구르고 매달리고…가장 힘든 작품”

- 힘들게 찍은 게 보인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지금까지 찍은 작품 중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그 추운 수조세트에서 물에 빠지고, 넘어지고 구르고 매달리고 악도 썼다. 한참 두드려 맞은 기분? 용쓴 느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 설경구는 유독가스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던데, 유독가스 때문에 힘들지 않았나.

“나는 물 때문에 고생을 했다. 몸에 납덩이를 달고 들어간 상태에서 허우적 거리는 연기가 힘들더라. 유독가스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어느 날은 우리가 재에 덮힌 채 밖에 나와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동네 주민이 우리 모습을 보고 119에 신고했더라.”

- 블록버스터가 처음이라는 게 의외다.

“처음이다. 블록버스터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로맨틱 멜로물이나 캐릭터를 깊이 다룰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길 좋아한다. 블록버스터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많아서 내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또 언제 내가 이런 블록버스터를 해보나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

- 동료배우나 감독은 손예진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다던데?

“아~ 내가 고3때 영화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 조감독이 김지훈 감독님이셨다. 나를 기억하고 계셨더라. 그리고 설경구 선배님과 김지훈 감독님은 원래 알고 계셨다. 그런데 김지훈 감독님이 ‘예진이한테 시나리오 주려고’라고 했더니 경구선배가 ‘너 미쳤냐? 예진이가 한대?’라고 하셨단다. 결국엔 감독님과 경구선배와 우리 대표님이 사석에서 한번 만나 내게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 캐스팅보다 손예진에게 시나리오가 들어가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은데.

“그렇다. 처음에는 규모도 크고 내가 굳이 해도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설경구 선배와 김상경 선배 캐스팅에 맘이 확 끌렸다. 그 동안 신입감독님들이나 후배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 흥행이라는 짐이 내게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선배들에게 의지하고픈 맘이 컸다. 영화가 잘 되면 내 덕이고 안 되면 선배들 탓이라고 말해뒀다.(웃음)”

배우 손예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손예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얼굴에 먼지를 덕지덕지…불쌍함의 극치였다”

- 그래도 홍일점 역할은 톡톡히 누렸겠다.

“심하게 배려를 해주셨다. 그래서 수조세트 안에서 촬영 할 때도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일부러 ‘물놀이 하러 가자’고 말하면서 유쾌한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 내 나름 동료배우들을 배려한다는 말이었다. 배우들끼리 서로 배려를 해서 마음만큼은 힘들지 않았다.”

- 설경구와는 원래 친분이 있었나.

“조금 있었는데 송윤아 선배와 친해지며 더 친해졌다. 옷 가게에서 처음 윤아 선배를 만났는데 ‘예진씨, 연기 참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 사실 선배가 후배한테 그런 말하기 어려운데…. 두 번째로 어떤 행사장가서 또 만났는데 그 때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설경구 선배와 결혼을 하시더라. 그 덕분에 선배네 집에 자주 놀러가서 친하게 됐다.”

- 요즘은 이정현과도 친하다던데.

“근래에 친해졌다. 이정현 선배가 설경구 선배와 함께 ‘꽃잎’을 찍었으니까. 그들끼리의 추억도 굉장히 많더라.”

- 예전에 방송에서 연예인 친구가 없다더니, 은근 마당발이다.

“그런가. (웃음)”

- 성격이 털털해서 그런가보다.

“이번 영화를 찍고 더 털털해졌다. 단벌에 촬영용 먼지를 얼굴에 바르고 손도 까맣게 칠해놓으니까 얼마나 불쌍해 보이겠나. 불쌍함의 극치를 달렸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헉 근데 나 너무 망가져 보이면 어떡하지? 갑자기 걱정된다.”

▶ “‘신비주의’하고 싶어도 그럴 성격이 안돼”

- 만나보니, 감추고 빼는 스타일은 아닌가보다.

“그러게. 나도 신비스러운 여배우가 돼야 되는데….(웃음) 그런데 가리고 꾸미고 낯간지러운 말들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런 건 여성미하고는 별개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 역시 사람이라 누구에게 좋게 보이고 싶다. 그러려면 솔직한 거 밖에 없더라.”

- 만나기 전에, 손예진이 세침때기라고 들었는데.

“아마 데뷔 초반에는 그랬을 거다. 처음 본 사람들에게 친하게 대하는 게 어려웠다. 나를 방어하려고 하거나 수동적으로 움직이려고 했던 점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나라는 배우에 대한 오해와 시선이 쌓여있더라. 그런데 데뷔 초반에는 누구나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지금은 좀 편한가.

“지금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해도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사람은 나를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모든 사람이 날 좋게 볼 수는 없지 않나. 30대가 지나니 그런 점은 편히 생각할 수 있더라.”

- 브라운관으로 언제 돌아올 예정인가.

“많은 분들이 TV에서도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배우에겐 영화는 ‘작품’을 하는 것 같은데 드라마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 모험하는 기분이 들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으니까. 정확한 틀이 나오는 작품이 있다면 내년 정도에는 할 생각이 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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