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기, ‘눈물샤워’로 행복샤워

입력 2013-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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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학년 때부터 힙합에 빠져 살았던 두 남자는 30대에 접어들어서 비로소 음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눈물 샤워’로 음악 차트를 석권한 듀오 배치기의 탁(왼쪽)과 무웅. 사진제공|YMC엔터테인먼트

■ ‘4집 파트2’로 데뷔 8년 만에 대박, 배치기

기존 스타일과 정반대 곡…처음엔 극구 거부
1위 오르고 차트 확인하느라 이틀간 잠 못자
우린 뼛속부터 ‘뽕끼’…대중의 공감 고민할 것

힙합듀오 배치기(탁, 무웅)의 ‘눈물샤워’는 씨스타19의 신곡이 나오기 전까지 2주간 국내 모든 음악차트 1위를 휩쓸었다. 1월14일 발표와 동시에 음악차트 1위에 올랐고, 1월31일엔 엠넷 ‘엠 카운트다운’에서도 1위를 했다. 음악차트 1위도, 음악방송 1위도 데뷔 8년 만에 처음이었다.

“차트 1위에 오르고 처음 이틀 동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1분이 아까웠다. 언제 순위가 내려갈지 모르는데, 1분 1초라도 더 ‘1위’라는 ‘현실’을 느끼고 싶었다. 30분 간격으로 깨어나 차트 확인하고, 실감하고, 감격하고….”

11일 현재도 국내 전 음악차트에서 2∼4위를 지키는 ‘눈물샤워’는 배치기가 그동안 보여준 스타일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데뷔곡 ‘반갑습니다’부터 ‘마이동풍’ 그리고 최근작 ‘두 마리’까지 신나는 힙합이었다. ‘눈물샤워’는 애절하고 슬픈 멜로디에 템포도 꽤 느리다. 신나는 노래와 활기 넘치는 이미지로 ‘행사 섭외 1순위’로 꼽히던 배치기로선 모험이었다.

“‘행사 끊기면 안 된다’는 걱정도 있었고, 그동안 해왔던 스타일이 아니어서 어색했다.”

애초 소속사 측은 작년 4월 나왔던 전작에서 ‘눈물샤워’를 타이틀곡으로 꼽았지만, 배치기가 극구 거부해 이 노래를 제외시켰다. 성적은 좋지 못했다. 배치기는 이번 음반에서 소속사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슬픈 사랑노래로 첫 1위를 경험한 배치기는 혼란과 고민에 빠졌다. 알 수 없는 대중의 취향은 가늠하기 더 어려워졌고, 향후 음악적 노선에 대한 결정도 힘들어졌다.

“기존의 히트곡을 보면,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를 대충 읽을 수 있었는데 ‘눈물샤워’는 정말 모르겠더라.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그러나 고민한다고 정답을 찾을 수 없다. 대중의 취향은 어차피 알 수 없는 것이다.”

“히트곡의 공식은 없다”는 배치기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도 우리가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치기의 성공을 두고 일부에선 ‘너무 상업성에 치우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의 ‘뽕끼’(대개 익숙한 멜로디, 특유의 리듬 패턴, 애절한 음색을 앞세운 것으로, 트로트풍 대중음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서)를 이르는 말이다. 상업성에 치우친 음악은 대개 ‘값싼 음악’으로 치부되기 쉽다.

배치기는 이에 대해 “우린 뼛속부터 뽕끼”이며, “태생이 뽕”이라고 답한다. 고교 1학년 때부터 힙합을 하면서 “메시지가 담긴 거친 힙합 아니라, 신나게 놀 수 있는” 음악을 해왔다는 배치기는 2005년 1집부터 음악적 방향이 확고했다.

“1집부터 ‘싼티 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우리는 방향을 바꾸지 않고 한길만 걸어왔다. 그래서 오늘이 있는 것 아니겠나. ‘마이동풍’은 그 ‘뽕끼’의 결정판이다. 우리 노래엔 영어 가사가 없다. 99.99%가 한글이다. ‘뽕끼’가 있으면 ‘올드하고, 값싼 음악’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서가 그렇다.”

올해 만 서른이 되는 배치기 두 멤버는 지금의 인기를 두려워했다.

“30대가 되니 주제파악도 되고 현실을 잘 알게 되더라. 20대 초반에 이런 관심을 얻었다면 자만에 빠졌을 테지만, 지금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지금의 관심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더 조심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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