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노쇠한 양키스, 매팅리 시대 다시 오나

입력 2013-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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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욕 양키스 공식사이트

■ ‘악의 제국’ 아 옛날이여

월드시리즈 27회 우승에 빛나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팀 뉴욕 양키스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악의 제국(the evil of empire)’이라는 닉네임처럼 스토브리그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특급 선수들을 싹쓸이하던 예년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소리아노·마틴 등 알짜 선수들 이적 불구
보강선수는 유킬리스· 해프너 등 고만고만
리베라·페티트·이치로 등 주력 노쇠 큰 문제

불펜·팜 시스템 부실…선발 대체자원 없어
로드리게스 빠진 타선…지터마저 발목 부상



○전력누수에 주축선수들은 노쇠화

지난해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마리아노 리베라를 대신해 마무리를 맡았던 라파엘 소리아노가 2년간 28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적했고, 주전 포수 러셀 마틴도 2년간 1700만달러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둥지를 옮기는 등 양키스의 전력에는 누수가 생겼다. 반면 이번 오프시즌 보강한 주요 선수로는 34세의 3루수 케빈 유킬리스, 35세의 지명타자 트래비스 해프너, 34세의 후안 리베라 정도다. 잭 그레인키, 류현진 등을 영입하며 빅리그의 큰 손으로 부상한 LA 다저스에게 최고 연봉 구단 타이틀도 내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엉덩이 부상 때문에 올 시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금지약물 복용 파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어 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무엇보다 양키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올 11월이면 만 44세가 되는 리베라를 위시해 앤디 페티트(40), 스즈키 이치로(39), 데릭 지터(38), 로드리게스(37), 구로다 히로키(37) 등 주축선수들의 노쇠화다.


○약화된 불펜과 타선, 안방도 고민

올 시즌 양키스의 선발로테이션은 CC 사바시아∼구로다∼페티트∼필 휴즈∼이반 노바로 구성되지만, 부상 등으로 뜻하지 않은 공백이 생겼을 경우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다. 데이비드 로버트슨, 조바 챔벌레인이 주축을 이룰 셋업맨에는 분 로건만이 경험 풍부한 좌완투수여서 불펜에 과부화가 걸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 팜 시스템도 형편없어 마이너리그에서 승격시켜 당장 전력에 보탬을 줄 만한 선수도 찾기 힘들다. 로드리게스가 장기간 라인업에서 빠지게 될 타선에도 고민이 많다. 지난 시즌 1루수 마크 테셰라는 고작 84타점을 올리는 데 그쳐 2003년 루키시즌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중견수 커티스 그랜더슨은 43홈런을 때려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랐지만, 생애 최저 타율인 0.232에 삼진을 무려 195개나 당했다. 특히 6월 중순 이후에는 타율이 0.212로 부진했다. 216안타를 때려 아메리칸리그 최다안타 1위를 차지한 지터는 포스트시즌에서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올 시즌 활약이 미지수다. 연봉이 1200만달러인 유킬리스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생애 최저인 0.235의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러셀이 빠져나간 안방은 최대 고민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프란시스코 세르벨리(184경기), 크리스 스튜어트(148경기), 어스틴 로마인(9경기)이 번갈아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중량감이 떨어진다.


○심상찮은 조짐, 양키스의 침체기 재현되나?


현재 전력이라면 양키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만 해도 지난 시즌 센세이션을 일으킨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비롯해 신흥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 오프시즌 동안 전력을 알차게 보강한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어쩌면 영원한 라이벌 레드삭스와 지구에서 최하위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일각에선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던 양키스의 침체기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양키스 구단 역사에서 1982년부터 1995년까지를 암흑기로 표현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현재 LA 다저스 감독을 맡고 있는 돈 매팅리였다. 매팅리가 이끈 양키스는 딱 한 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뿐이었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 연속 승률이 5할에도 미치지 못했고, 특히 1990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승률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심지어 1990년 7월 2일 양키스 선발 앤디 호킨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대결에서 노히트 경기를 펼치고도 패전투수가 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0-4로 패했는데, 이는 20세기 이후 노히트 경기를 펼치고도 가장 많은 점수차로 진 경기였다.

지터, 리베라, 버니 윌리엄스, 호르헤 포사다 등이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맹활약을 펼친 1994년 양키스는 리그 최고 승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선수노조의 파업으로 시즌이 취소돼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하려던 매팅리의 꿈은 또 다시 무산됐다. 매팅리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던 1995년 양키스는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5전3선승제 대결에서 양키스는 첫 두 경기를 승리한 뒤 충격의 3연패를 당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국 등부상에 시달렸던 매팅리는 은퇴를 선언하고 정들었던 줄무늬 유니폼을 벗었다. 올 시즌 전망에 대해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은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분위기가 어수선한 양키스를 보면 암울했던 ‘매팅리 시대’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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