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논란 류현진 “죄지은 것 아닌데…”

입력 2013-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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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간) 입단 후 첫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 글렌데일(미 애리조나 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옹호론

달리기와 던지는 체력은 별개
습관 제한땐 경기력 영향 ML선 허용
ML출신 서재응 “트집잡기일 뿐”

신중론

에너지 만드는 산소공급 방해
어린이의 영웅 이미지 큰 타격
낯선 ML 이중적 잣대 조심을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담배로 때 아닌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펼쳐지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이틀 연속 팀 러닝에서 하위권으로 처졌다. 15일(한국시간) 5명이 한조를 이뤄 양쪽 파울폴 사이를 4차례 왕복으로 달렸는데 3번째 왕복부터 낙오했다. 류현진이 달리기를 못하자 MLB.com은 14일 ‘체중을 줄이기 위해 햄버거를 끊었다는데 담배 끊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류현진의 흡연을 비꼬았다. 과연 담배가 문제일까.


○류현진 옹호론

당사자 류현진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응하고 있다. 류현진은 15일 “형, 담배 끊어”라는 한화 후배 안승민의 카카오톡 문자를 먼저 소개하며 웃었다. “한국에서도 원래 못 뛰었다. 죄 지은 것도 아닌데”라며 미국 언론의 기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 역시 “6주나 더 남았으니 신경 안 쓴다”고 했고, 릭 허니컷 투수코치도 “너무 빠른 선수들과 같은 조에 포함됐다”고 감쌌다. 태평양 건너 대만에 캠프를 차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도 옹호론이 나왔다.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KIA)은 “메이저리그 선수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내가 다저스에 있을 때도 담배 피우는 친구들이 많았다. 괜한 트집 잡기”라고 발끈하면서 “현진이가 트집 잡기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처럼 쿨하게 나가야 된다”고 조언했다.


○담배가 야구에 끼치는 영향

류현진은 “달리는 체력과 던지는 체력은 관계없다”고 단언했다. 야구라는 종목은 폐활량이나 지구력 같은 하드웨어의 강인함보다 순발력이나 유연성, 순간집중력, 멘탈 등 소프트웨어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 ‘얼마나 많이’보다 ‘언제’라는 타이밍이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프로야구선수들 중 상당수가 담배를 피운다. 메이저리그에선 ‘씹는 담배’를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습관을 제한하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허용된다. 야구선수의 흡연율(47%)은 다른 종목(배구 38%·농구 16%·축구 3%)보다 높다는 2011년 국내 설문조사도 있었다. 야구 감독들도 대부분 이미 담배를 피우고 있는 선수들의 흡연을 굳이 막지는 않는다. 다만 담배를 피우면 운동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산소공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운동생리학의 상식이다. 게다가 만인의 모범이 돼야 할 프로야구선수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담배’보다 ‘지름길’이 더 문제?

미국 언론의 시각에서 류현진은 미지의 나라에서 온 미지의 선수다. 게다가 다저스는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 총 6170만달러를 류현진에게 쏟아부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한번 보자’라는 시선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은 14일 장거리, 15일 단거리를 다 못 뛰었다. 게다가 14일 1.6km 달리기 막바지에는 길을 가로질러 들어왔다. 매팅리 감독은 “야구에 지름길은 없다”고 한마디를 했다. ‘공만 잘 던지면 된다’는 류현진의 생각과,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의 정서가 충돌한 셈이다. 앞으로 야구를 잘하면 해프닝으로 잊혀질 담배 사건이지만 야구뿐 아니라 문화까지 적응해야 된다는 숙제는 류현진 앞에 남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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