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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스포츠동아DB
이천수는 전남과 임대기간이 남아 있던 2009년 6월, 노예계약서가 있다고 거짓말 기자회견을 했다. 전남과 약속한 위약금도 지불하지 않고 진통 끝에 사우디로 떠났다. 다시는 K리그에 안 돌아올 것처럼 행동했다. 이미 그 때 이천수 사건은 선수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을 넘어선 K리그의 위상에 관한 문제가 돼 버렸다. K리그 단장들이 이천수를 받지 말자고 약속한 것은 선수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가 리그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이천수 복귀 가능성은 높다. 전남이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하면 그는 인천 유니폼을 입을 게 유력하다.
아쉽다. 3년 반 전을 돌이켜보면, 그의 복귀도 K리그 전 구단의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 논의되는 게 순리인데 그렇지 못했다. 이천수가 축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몽준 협회 명예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회장이 전남의 모기업 포스코에 선처를 부탁해 복귀가 결정됐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천수 복귀를 찬성한 14일 단장협의회도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수순으로 돌아오면 이천수에게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K리그의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했기에 그는 떳떳하지 못하다. 모 축구인은 “아래가 아닌 위에서 이천수의 복귀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제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첫 해 연봉을 리그에 환원하는 방식 등으로 K리그에 사죄하는 진정성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연봉환원 말고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천수가 새겨들어야 할 의견이다.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