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투수 연봉 ‘킹’ 펠릭스 “내 롤모델은…”

입력 2013-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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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에르난데스(27·시애틀). 동아닷컴


2013년 2월 12일(이하 현지시간)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쓰여진 날이다. 일명 ‘킹 펠릭스’로 잘 알려진 펠릭스 에르난데스(27)가 소속팀 시애틀 매리너스와 7년 총액 1억7500만 달러(약 1910억 원)에 계약하며 빅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투수로 등극했기 때문.

지난 22일 미국 현지에서 동아닷컴 취재진과 만난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대우를 해준 구단에 감사한다”며 이번 계약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애틀 구단과 에르난데스는 당초 지난 7일 이 같은 계약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메디컬테스트에서 오른쪽 팔꿈치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이 나오며 잠시 계약이 미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지난 20일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 피칭을 무사히 끝내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에르난데스는 14세 때 이미 90마일에 이르는 속구를 던질 만큼 강한 어깨를 지닌 유망주였다. 시애틀 뿐만 아니라 뉴욕 양키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이 그를 영입하려 했지만 에르난데스는 당시 자신의 롤모델인 프레디 가르시아(37·샌디에이고)가 뛰던 시애틀을 선택했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온 에르난데스는 2003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뛰며 본격적인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 해 싱글 A에서 7승 2패를 기록한 에르난데스는 2004년 하이 A와 더블 A에서 뛰며 14승 4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27·시애틀). 동아닷컴


트리플 A에서 시즌을 맞이한 2005년에는 9승 4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에르난데스는 같은 해 8월 4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한 원정경기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만 19세.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 두 번째 등판이었던 2005년 8월 9일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한 홈경기에서 빅리그 첫 승을 거두며 ‘킹’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다. 2006년 12승 14패로 성적도 좋았지만 총 205이닝을 던져 ‘이닝이터’로서의 능력도 보여줬다.

2007년 개막전 선발투수의 영예를 안은 에르난데스는 상대팀인 오클랜드 타선을 8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같은 해 4월 11일에는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였던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맞붙어 완봉승(3-0)을 거두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 해 성적은 14승 7패 평균자책점 3.92.

메이저리그 데뷔 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에르난데스는 2009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9승 5패 평균자책점 2.49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것. 그러나 수상의 영광은 잭 그레인키(30·LA 다저스)에게 돌아갔다.

2010년에도 13승 12패 평균자책점 2.27로 꾸준한 활약을 펼친 에르난데스는 결국 그 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하며 ‘최고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8월 15일에는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통산 23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에르난데스는 현재 빅리그 통산 98승(76패)을 기록 중이다. 팀 타선이 약한 시애틀만 아니었다면 벌써 100승 고지는 충분히 돌파했을 것. 부상 방지를 위한 체중감량으로 직구 구속은 종전 95마일에서 93마일 대로 떨어졌지만 90마일을 넘나드는 빠른 슬라이더를 비롯해 체인지업과 싱커 등은 아직도 리그 최정상급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에르난데스는 지금까지 총 1620.1이닝을 던져 연평균 202.5이닝을 던진 내구성이 뛰어난 투수이기도 하다. 특히 통산탈삼진 수 1487개(연평균 185.9개)는 그가 왜 ‘킹’으로 불리는 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동아닷컴은 국내언론 최초로 에르난데스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27·시애틀). 동아닷컴


다음은 에르난데스와의 일문일답.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 연봉 ‘킹’이 됐다.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대우를 해준 구단에 감사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잘해야 한다.”

-팔꿈치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이 나와 잠시 계약이 미뤄졌다.

“이상이 있었다면 며칠 전 불펜 피칭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웃으며) 나는 아직 건재하다. 아무 이상도 없다.”

-불펜 피칭 할 때 어떤 구종으로 몇 개나 던졌나?

“35개 정도 던진 것 같다. 주로 직구 위주로 던졌고 간간히 체인지업과 커브도 던졌다.”

-야구는 맨 처음 언제 시작했나?

“아버지의 권유로 다섯 살 때 처음 리틀리그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 때문에 바빠 어머니께서 늘 야구장에 데려다 주시는 등 뒷바라지를 해 주셨다.”

-젊은 나이(27)에 빅리그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운동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늘 내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감 있게 던진 것도 성공 비결이다.”

-사이영상도 수상했고 퍼펙트게임도 달성했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너무 많다. 사이영상을 수상했을 때나 작년에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을 때도 행복했지만 특히 지난 2007년 개막전이 기억난다. 당시 선발로 등판했는데 어머니가 처음 미국에 오셔서 그 경기를 관전하셨다. 승리 투수가 돼 어머니와 함께 그 기쁨을 나눴는데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기억이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나의 시즌 목표는 매년 동일하다. 늘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던지다 보면 좋은 성적도 따라오리라고 믿는다.”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뛸 시간이 많다.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인터뷰 할 때는 늘 건강하게 던지는 게 목표라고 말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매년 이루고 싶은 목표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말하지 않는 게 내 스타일이다. (웃으며) 이루고 나면 알려주겠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타자를 상대해봤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를 꼽자면?

“(웃으며) 메이저리그 타자는 모두 다 상대하기 어렵다. 결코 쉬운 상대는 없는 것 같다.”

-징크스가 있다면?

“그다지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굳이 있다면 등판하는 날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일들을 해야 한다. 그 것이 어긋나면 경기가 잘 안 풀린다.”

-당신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만 꼽자면?

“(웃으며) 미안하지만 3가지가 넘는다. 아내와 아이들, 내 형제와 가족들 그리고 야구이다."

-당신처럼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기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펠릭스 에르난데스(27·시애틀). 동아닷컴


-경기나 연습이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특별한 행사나 약속이 없는 한 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결혼했다고 들었다. 슬하에 자식은?

“아들과 딸 각 한 명씩 있다. 큰 애가 딸인데 일곱 살이고 작은 애는 세 살이다.”

-아이들도 야구를 좋아하나?

“딸 아이는 관심이 없지만 작은 애는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

-당신의 형도 야구를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3남 1녀 중 막내인 나와 둘째 형이 야구를 한다. 형도 시애틀 소속인데 지금 마이너리그(더블 A)에서 뛰고 있다.”

-메이저리거로서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가족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든 점이다. 16세 때 고향인 베네수엘라를 떠나 처음 미국에 왔는데 특히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 거리도 멀어 더 힘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이런 것에 익숙해 져야 한다.”

-전 시애틀 투수였던 프레디 가르시아가 당신의 롤모델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가르시아가 시애틀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 된 후부터 그의 등번호(34번)를 내가 사용할 만큼 그는 아직도 내 롤모델이자 친한 동료이기도 하다. 시즌 중에는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전화나 문자 등을 이용해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체력 보완 등을 위해 특별히 챙겨먹는 음식이 있나?

“그런 건 없다.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 음식 중에 ‘오레파스’라는 게 있는데 그걸 가장 좋아한다.”

-‘킹 펠릭스’라는 별명 외에 다른 별명은 없나?

“그렇다. 킹 펠릭스가 유일하며 (웃으며) 그 별명이 정말 마음에 든다.”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야구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킹 펠릭스’ 당신에게 야구란?

“내 삶에 있어 야구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야구를 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야구를 통해 큰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야구를 통해 내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있었고, 야구를 통해 물질이나 친구 등 내가 가진 현재의 모든 것을 얻었을 만큼 야구는 내 삶의 모든 것이자 늘 큰 의미로 나와 함께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한국에도 당신 팬들이 많다. 그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놀라며) 정말인가? 그렇다면 먼저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부터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내 경기뿐만 아니라 시애틀 경기도 지켜보며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한국 팬들에게 내가 사랑한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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