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꼴찌인줄 알았던 우리은행이 1등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우리은행 주장 임영희(오른쪽 끝)가 19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삼성생명을 꺾고 3연승으로 통합우승에 성공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용인|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선수들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 우승 격려
만년꼴찌 우리은행 우승 감동 드라마 완성
19일 오전, 우리은행 위성우(42) 감독은 조심스럽게 전주원(41) 코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목이 잔뜩 잠긴 전 코치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경기 준비는 잘하셨어요?” 위 감독은 이날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3차전에 앞서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와중에도 팀 걱정부터 하는 걸 보고 참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털어놓았다. “전 코치가 와준다니, 솔직히 참 든든하고 정말 고맙네요.”
전 코치는 하루 전인 18일, 어머니 고(故) 천숙자 씨를 잃었다. 우리은행이 5전3선승제의 챔프전에서 2승째를 거둔 17일, 어머니는 춘천 호반체육관을 찾아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어머니는 다음날 새벽,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전화로 소식을 들은 전 코치는 부고를 전하려고 위 감독의 방문을 두드리다 세상이 떠나갈 듯 통곡하고 말았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 때부터 전 코치 어머님을 자주 뵈었다. 한번도 빈손으로 농구장에 오시는 법이 없었다”며 “2차전 때도 선수들이 좋아하는 식혜를 잔뜩 해오셨는데, 아침에 그 식혜를 먹으면서 가슴이 너무 찡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딸’ 전주원은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으며 하염없이 울었다. 그러나 ‘코치’ 전주원은 이날 변함없이 용인체육관에 서 있었다. 위 감독과 구단이 “그냥 빈소를 지키라”고 만류했지만, “중요한 경기다. 여기까지 함께 왔으니 끝까지 같이 가겠다”며 경기장에 나왔다. 수척하고 그늘진 얼굴. 그러나 목소리는 변함없이 우렁찼다.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는 힘을 다 끌어 모아 파이팅을 외쳤다.
선수들도 경기 전 유니폼에 ‘근조’라고 적힌 까만색 리본을 꿰맸다. 그리고 큰 언니처럼 팀을 보살폈던 전 코치의 격려 속에 펄펄 날았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전 코치는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우리은행 선수 전원은 시끌벅적한 축승회 대신 구단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전 코치 어머니의 마지막 길에 명복을 빌기 위해서였다. 위 감독은 “전 코치는 늘 친형제처럼 힘이 되는 존재였다. 20일 발인까지 함께 하고 싶다”며 애도를 표했다.
용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