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롯데맨으로 ‘코리안드림’ 이룬 옥스프링

입력 2013-03-21 08: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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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옥스프링. 스포츠동아DB

[동아닷컴]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꼭 다시 뛰고 싶다.”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프로야구 LG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36)의 꿈이 이뤄졌다.

옥스프링은 최근 동아닷컴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자신의 소망을 피력했는데 이 바람은 현실이 됐다. 롯데가 20일 옥스프링과 총액 25만 달러(연봉 25만 달러·약 2억8천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힌 것이다.

롯데는 지난해 말 스캇 리치몬드를 영입, 기존의 쉐인 유먼과 함께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쳤다. 이 두 선수로 원투펀치를 꾸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리치몬드가 1월 전지훈련에 합류한 뒤 바로 왼쪽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한 것.

시범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찾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결국 롯데는 한국프로야구 경험이 있고 최근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호주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옥스프링을 대체선수로 전격 영입했다.

옥스프링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두 시즌 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경험이 있다. 2007년에는 시즌 중반에 LG에 합류해 4승 5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고, 재계약에 성공한 2008년에는 총 29경기에 출전해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93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한국을 떠난 옥스프링은 고국인 호주로 돌아가 그 곳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해왔다. 그의 소속팀인 시드니 블루삭스에는 한국인 구대성(44)도 소속돼 있다.

<다음은 옥스프링과의 일문일답>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최근 몸 상태가 정말 좋다. 아픈데 없이 건강하며 컨디션도 100%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상태다. 공도 잘 던지고 있다.”

-호주에서 낮에는 은행원 그리고 밤에는 야구선수로 지낸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 여름(7월)부터 호주국립은행(NAB)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야구 시즌이 아니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호주리그가 개막된 10월부터는 가족들을 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응이 돼 괜찮다.”

-투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36세)다. 그럼에도 계속 야구를 하는 이유는?

“내가 계속 야구를 하는 이유는 내 몸이 아직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른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 실제 나이는 36세이지만 운동할 때 느끼는 나이는 20대 후반일 정도로 아직 건재하고 자신있다.”

-한국을 떠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팬들은 당신을 기억한다. 혹 한국에서 영입제의가 온다면?(인터뷰 시기가 롯데와 계약전)

“LG에서 뛰는 동안 정말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을 했다. LG 구단과 동료들 그리고 팬들 모두 나에게 정말 잘 대해줬다.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한국에서 다시 영입제의를 해 온다면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가 그 곳에서 다시 야구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뛰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한국에서 뛰며 승리투수가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한국에서 시즌이 끝났을 때 LG 구단이 내게 재계약 의사를 밝혔을 때다. 한국에서 뛰는 동안 LG 뿐만 아니라 팬들과도 정말 좋은 시간을 많이 가졌다.”

-한국프로야구 선수 중 기억에 남을만한 인상적인 선수를 꼽자면?

“우선 이대호(오릭스)를 꼽을 수 있다. 이대호는 홈런 타자이면서도 타율이 좋을 만큼 훌륭한 타자이다. 김태균(한화)도 인상적인 선수였다. 파워도 좋았고 쉽게 상대할 수 없던 선수였다. 최정(SK) 같은 경우는 상대하기 어려웠던 선수이자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다. 그의 플레이가 정말 마음에 든다. 게다가 그는 공수주 모두를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그 외에도 여러 훌륭한 선수들이 있지만 이 선수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류현진(26)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당신이 류현진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누구든지 낯선 외국에 나가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류현진에게 우선 자신의 능력을 믿고 하던 대로 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류현진은 재능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새로운 것도 잘 받아들여 미국에서도 분명 성공할 것이다.”

-당신도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인가?

“물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은 내 삶의 오랜 목표이자 꿈이다. 물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

-호주리그에서 뛰는 구대성은 44세의 노장이다.

“구대성은 정말 대단한 선수이다. 야구를 하기 위해 44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낸다. 나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오랜 시간 야구를 하고 싶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

“내 야구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두 번 있었다. 우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였다. 어려서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늘 머리 속에 그려오던 꿈이 현실이 된 순간으로 그때는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정말이지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그 다음으로는 호주 야구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였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정말이지 형용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생긴다. 국가대표에 뽑힌 것도 기뻤는데 당시에 은메달까지 획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와 올림픽 출전경험은 정말이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기억이다.”

-옥스프링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야구란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야구를 통해 표현할 수 있고 야구를 통해 나를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옥스프링은 앞으로도 영원한 야구선수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아직도 한국야구 팬들을 기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의 함성과 한국야구의 뜨거운 열기가 그립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 수많은 팬들 앞에서 다시 한 번 더 한국야구를 경험하고 싶다. 나에게 소중한 기억을 안겨준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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