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배용준 “한류 미래는 콘텐츠…위안 주는 작품이 좋다”

입력 2013-03-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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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한류의 정점’을 지키고 있는 배우 배용준.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그는 연기자로 돌아올 기회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겨울연가’ 10년, 한류 10년 ①>

2004년 4월4일 일본 하네다 공항. 무려 5000여명의 환호 속에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이 나타났다. 그가 환한 웃음으로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한류의 한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 1년 전인 2003년 4월3일, ‘겨울연가’가 ‘겨울소나타’라는 제목으로 NHK 위성방송 BS2를 통해 일본 시청자를 처음 만났다. 그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1990년대 말부터 조금씩 샘솟은 한류가 ‘겨울연가’와 ‘욘사마’ 배용준으로부터 본격 발원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겨울연가’ 이후 한류의 새 바람은 이제 전 세계적인 강렬한 문화현상이 됐다.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흘러든 굵은 강줄기가 되었다. 스포츠동아가 창간 5주년을 맞아 그 10년 동안 이어져온 한류의 강줄기를 따라간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욘사마’ 배용준을 서면으로 만났다.

“정말로 10년 전 일이군요.”

배우 배용준(41)은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처음 방송한 2003년 4월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듯했다. 상상으로만 가능할 줄 알았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감흥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겨울연가’의 일본 방송으로 배용준의 인생 방향은 더 넓은 길로 향하게 됐다. 그를 부르는‘욘사마’란 호칭은 이름만큼 친숙해진 지 오래다. 배용준은 그렇게 10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그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한류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자 정점으로 꼽히는 배용준에게 ‘겨울연가’ 그리고 그 후 10년에 대해 묻고, 들었다. 오랜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선 그는 콘텐츠의 힘을 몇 번이나 강조했고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 키워드를 향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 ‘겨울연가’ 그리고 ‘욘사마’의 현재진행형 인기

“그 시기(2003년)만 하더라도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는 건 처음이었다. 해외에서 한국 작품과 배우에 관심을 둔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막상 일본에 가서 현지 반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 진지함을 대하고 나니 나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졌는지, 얼마나 위대한 힐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지 모두가 처음으로 깨닫게 된 거다.”

하지만 ‘겨울연가’는 한류의 시작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배용준은 식지 않는 열기의 원인으로 “콘텐츠”, 그 중에서도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힘”을 꼽았다.

“일본 작품도 설득하지 못했던 감성을 한국 작품이 깨닫게 해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한국 역시 다르다고만 생각했던, 문화적으로 단절됐다고 믿었던 일본과 좋아하는 콘텐츠의 향취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다.”

배용준은 “진정한 럭셔리”라는 말도 꺼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랑을 쏟는 대상을 지칭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겨울연가’는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럭셔리가 아닐까” 그는 되물었다.


● “‘겨울연가’도, 싸이도 우연히 나온 결과는 아니다”

10년 동안 많은 게 변했다.

배용준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논할 때, 이미 그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인기만 누리는 배우로 안주했다면 결코 얻지 않았을 성과도 여럿 품에 안았다. 지금은 콘텐츠 기획자로서 드라마(‘드림하이’ 시리즈) 등을 제작하거나 또 다른 한류스타들을 키워내고 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10년 동안 한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다. 일본에 회사를 설립해 저의 케이스를 분석한 뒤 그 노하우의 기반 위에서 일정한 방향을 설정해 후배 연기자의 현지 진출 통로로도 응용함으로써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가수로, 연기자로 아시아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진 김현중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배용준은 김현중이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역시 스타를 만드는 건 콘텐츠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믿음 끝에 그는 문화 관련 콘텐츠를 개발해 실현하는 콘텐츠 K를 설립했다.

배용준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힘을 믿어야 하고 끊임없어 개발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를 이어가며 ‘겨울연가’와 함께 가수 싸이를 예로 들기도 했다. ‘겨울연가’처럼 싸이가 이룬 성과 역시 “우연히 생겨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 쇼 비즈니스가 노력하고 달려온 결과다. 지금 많은 나라에서 오히려 한국을 모델 삼아 비즈니스를 연구 중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질 것 같다.”


● 공부 시간 보내…“가슴 충만한 작품 원해”

배용준은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 특별출연을 끝내고는 연기로 팬들과 만난 무대는 없다. 대신 그는 그동안 “콘텐츠 비즈니스를 위한 공부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최근까지는 ‘태왕사신기’ 촬영 당시 입은 부상의 재활 치료를 위해 미국 하와이에 머물기도 했다. 최근 귀국하자마자 배용준은 콘텐츠 K의 기획팀과 논의를 계속하며 “내가 하고 싶은 작품, 보고 싶은 작품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용준의 최근 관심은 ‘힐링’이다. “각박한 요즘, 위안을 주고 가슴을 충만하게 할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그게 저 또한 힐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겨울연가’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배용준이 ‘욘사마’로 불린 시간도 그와 같다. ‘겨울연가’ 그리고 ‘욘사마’는 배용준에게 어떤 의미일까.

배용준의 답변에서는 만족보다 고민, 부담이 흔적이 더욱 진하게 묻어났다.

“‘겨울연가’는 배우로, 인간으로 저를 많이 성장하게 한 작품이다. 그 사랑이 개인에게 옮겨 오면서 ‘욘사마’란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됐다. 분명한 건 제 인생은, 그 이름을 갖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배용준의 말은 계속됐다.

“그 이름(욘사마)으로 타인의 삶과 인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됐을 때, 그건 단순하게 좋기 만한 감정은 아니다. 많은 책임감과 정체성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에게 10년 전 “처음 마주한 가족(팬)들의 눈”은 여전히 “기분 좋은 떨림”이다. 배용준은 또 이를 영원히 잊지 않을 “소중한 기억”으로 가슴에 안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10년 전 처음 느꼈던 그 떨림을 잊지 않고 가슴 속 열정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그의 말은 다가올 또 다른 10년을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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