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성용 “심하게 오글거릴땐 정말” vs 구자철 “결혼 발설한 넌 어떻고”

입력 2013-03-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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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왼쪽)과 기성용. 이제 A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둘은 스포츠동아 창간특집 인터뷰에서 특유의 솔직, 담백, 유쾌한 화법으로 또 한 번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18일 대표팀 소집에 앞서 나란히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파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왼쪽)과 기성용. 이제 A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둘은 스포츠동아 창간특집 인터뷰에서 특유의 솔직, 담백, 유쾌한 화법으로 또 한 번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18일 대표팀 소집에 앞서 나란히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파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기성용-구자철, 티격태격 절친 수다

■ 2014브라질월드컵 도전도 함께라서 좋다


만나기만 하면 여지없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그러나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눈빛만 봐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읽을 수 있다. 올림픽대표팀부터 대표팀까지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스물넷 동갑내기 절친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은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와 경기를 앞두고 소집된 파주NFC에서 최근 구자철의 결혼 소식을 취재진에게 직접 확인해줬다. 구자철이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 그러나 구자철은 “(기)성용이 결혼은 제 입에서 나갈 것이다”고 시원하게 웃고 넘겼다. 그러나 속으로 ‘꿀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돈독한 우정이 있기에 모든 게 가능한 일이었다. 잉글랜드와 독일 무대에서 활약하는 이들에게 공통 질문을 주고 답변을 받아 인터뷰를 꾸몄다.


▼ 기성용이 본 구자철

긍정의 에너지가 장점…지나쳐서 문제지만
맞상대 한다면 깊은 태클 한번 넣어줘야죠
올 성적 70점…월드컵 본선 가면 둘 다 90점

▼ 구자철이 본 기성용

성용이가 결혼 사실 폭로, 그 생각만 하면…
누구와 붙어도 꾸준한 경기력·자신감 장점
카타르전 색다른 골 세리머니 기대하세요


● 딱 하나 고치면 좋은 친구!


-해외 생활은 늘 외로울 것 같은데.


기성용(이하 기): 혼자 해외 생활해 보신 분들은 알잖아요. 혼자 밥 먹고, 대화 상대가 없으면 정말 외롭거든요.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지만, 정서가 다르니까. (구)자철이는 (지)동원이가 있으니 훨씬 나을 거예요.


구자철(이하 구): 동원이가 와서 의지가 많이 돼요. 원정 가서 호텔 쓸 때나 라커룸에서도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별 것 아닌 거 같은데도 크거든요. 행복하고 감사하죠.


-서로 만나면 뭘 하나.


구: 저는 성용이랑 하고 싶은 건 없는데. 우리 만나면 뭐하지?


기: 밖에서 보면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 정도? 특별한 건 없는 거 같고요. 휴가 때 자주 보는데, 이번에는 월드컵 예선이 끼어 있어서 징글징글하게 자주 보겠네요(웃음).


- 싸우지는 않나? 가끔 꿀밤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기: 자철이는 모두 아시다시피 오글거려요. 어쩔 때는 정말 심하게. 그럴 때는 주먹이 불끈하는데 참아야죠.


구: 성용이가 얼마 전에 제 혼사를 밝혔잖아요. 아∼ 그때 생각만 하면. 여기까지만 할게요(웃음).


- 같은 리그에 있는 선수들은 자주 보나.


구: 자주 못 봐요. (손)흥민이는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 있고 제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는 남부에 있거든요. 함부르크랑 경기할 때 신나서 태극기 들고 뛰어다녔는데. 저는 이겨서 좋았지만, 흥민이는 팀이 져서 어떤 심정이었을까 모르겠네요.


기: 다함께 모인 적은 없어요. 쉬는 시간이 생기면 런던에 놀러가고 싶은데 기회가 없네요.


- 윤석영 입단 당시 통화했다고 하던데.


기: 유럽에서 뛴다는 게 늘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경쟁과 적응이 만만치 않을 거다. 이제부터 행복 끝 불행 시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라고 했죠.


구: 저는 동원이랑 아우크스부르크의 잔류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건설적으로 얘기했어요(웃음).

● 거침없이 태클 한번!


- 같은 리그에서 뛴다면 재밌을 거 같은데.


구: 성용이는 장점이 워낙 많은 선수라 맞붙으면 힘들 거 같아요. 좋은 패스 못하게 틈을 안 줘야겠죠. 밀착마크라도 해서요.


기: 마음대로 공을 몰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겠죠. 깊숙이 태클 한번 넣어줘야겠어요(웃음).


- 같은 리그로 온다면 특별한 선물은.


기: 프리미어리그로 온다면 근사한 곳에서 밥 한 번 사야죠. 어느 팀으로 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요. 제가 얻어먹어야 할지도.


구: 독일로 오면 선물보다 독일어를 좀 가르쳐 줘야 할 거 같은데. 독일어는 제가 나을 테니까요(웃음).


-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기: 자철이는 항상 긍정적인 친구예요. 그런 마인드가 팀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죠. 지나쳐서 오글거릴 때도 있지만.


구: 자신감이요. 어느 팀과 맞붙어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장점인 것 같네요.


- 올해 점수를 매긴다면.


기: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둘 다 70점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리그컵 우승했고, 자철이는 강등에서 구해낼 것이고, 희망도 보이잖아요. 월드컵 예선 통과하면 90점대로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아요.


구: 저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게 없어서 50점정도. 성용이는 리그컵 우승했으니 조금 더 줄 수 있을 거 같고요.


- 올 시즌 목표는.


구: 당장 카타르전에서 승점3을 확보하는 것이고.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분데스리가 잔류 위해 힘써야겠죠.


기: 카타르부터 잡아야겠죠. 리그 돌아가서는 빅5 바로 밑까지 추격하는 게 목표고. 동료들이 잘 해주고 있어 충분히 가능할 거라 봐요.

● 호날두 한판 붙자!


- 카타르전이 코앞인데.


구: 성용이나 저나 중요한 경기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집중할 거고요. 월드컵 본선 위해선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기: 모든 선수들이 같은 마음일 거예요. 집중해서 골도 많이 넣고 꼭 이겨야죠. 카타르전 통해서 한국축구가 약해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 구자철이 공격에 서는 게 좋은가?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더가 좋은가?


기: 자철이는 항상 자기 몫을 해주니까 어디든 좋아요. 자신을 헌신할 줄 알고 열정이 뜨거우니까 다를 건 없는 거 같아요.


구: 어떤 포지션이든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해야죠. 성용이가 있으니까 항상 뒤는 든든하고요.


- 카타르전 세리머니 공약은.


기: 제가 뭐 골을 많이 넣는 스타일이 아니라…. 세리머니는 잘 모르겠고 최대한 뒤에서 돕는데 열중해야죠.


구: 속옷 세리머니? 말춤? 좀 다른 걸 해야겠죠(웃음). 아직은 미처 생각 못 했어요. 골은 반드시 넣으려고 할 겁니다.


- 월드컵 본선에서 붙고 싶은 선수나 팀은.


기: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랑 붙고 싶죠. 같이 몸을 부딪치며 뛴 선수들이라 겨뤄보고 싶어요. 셀틱에 스코틀랜드 대표가 많은데, 진출하기까지 쉽지 않겠죠.


구: 독일도 괜찮고요. 올림픽 때도 홈팀에 멋지게 이겼으니 브라질과 맞붙어도 재밌을 거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랑 한번 붙어보고 싶어요. 아직까지 맞붙은 적이 없어서요. 실력이나 열정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요. 혼쭐을 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웃음). 열심히 해야죠.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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