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동아닷컴DB
설경구는 25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다. 21년 만에 첫 단독 토크쇼다. 하지만 이 방송이 전파를 타기는 쉽지 않았다.
설경구가 ‘힐링캠프’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21일 한 인터넷 언론매체의 단독기사로 보도됐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설경구의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지며 ‘출연 논란’으로 이슈가 됐다. 그 뜨거운 논란은 ‘힐링캠프’ 게시판에도 이어졌다. 설경구 편의 방영 반대를 주장하는 글이 3000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설경구의 사생활에 눈을 돌렸고 이날 방송에서도 그가 ‘뜨거운 감자’에 대해 입을 열지 궁금해 했다.
설경구는 첫 토크쇼에 낯선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초대 손님임에도 구석에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한혜진의 돌직구 발언과 김제동·이경규의 배려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는 레드카펫에 서는 게 부끄러워 포토행사를 피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스크린 안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자신의 얼굴이 평범해 겪은 굴욕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방송 초반에 하지 않겠다던 노래를 선뜻 나서서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에서는 설경구가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차례대로 그려졌다. 연출자가 되길 소망했지만 연극 한 편을 시작하며 시작된 배우 생활, 공연 포스터를 붙이다가 극단 학전 대표이자 가수인 김민기에게 발탁돼 시작하게 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그리고 설경구를 연기파 배우로 있게 해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까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배우로서의 삶을 차분히 설명했다.
특히 그를 명품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 ‘박하사탕’ 촬영 중 열차 선로에서 달리는 기차를 향해 죽을 각오를 하고 서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또 그는 ‘역도산’, ‘실미도’, ‘해운대’ 등 뛰고 구르고 짓밟혔던 과정을 “평범한 얼굴이라 몸으로라도 연기를 해야했다”며 웃으면서 말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을 배우로 이끌어준 사람들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김민기·이창동·강우석 등을 언급하며 에피소드를 풀었다. 특히 김민기가 설경구에게 남긴 편지에 그는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설경구의 ‘힐링캠프’ 1편에 대한 소감은 ‘아쉬움’이다. 왈가왈부했던 주제를 2부로 미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아쉬움은 루머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이 편견을 갖고 설경구를 바라본 것이다.
1부를 통해 배우 설경구가 한국 영화계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쳤는지 알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배우 설경구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음주에 방영될 ‘설경구’ 2편은 논란의 중심이 됐던 그의 이혼 및 재혼에 대해 이야기가 그려진다. 설경구의 사생활은 방송이 나간 뒤에 언급되더라도 충분하다.
하지만 ‘1000만 배우’ 설경구의 활약상은 비판받지 않았으면 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