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라데온 HD 7790, '최고' 아닌 '최적'의 그래픽카드

입력 2013-03-29 17: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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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부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역시 ‘성능’과 ‘가격’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일이다. 성능은 최대한으로 높이면서 지출은 최소한으로 낮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지만 잘 찾아보면 정말로 높은 ‘가성비(가격대성능비)’를 제공하는 제품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이를테면 10만원짜리 제품이 ‘100’, 30만원짜리 제품이 ‘300'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보통인데, 갑자기 ‘220~230’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는 20만원짜리 제품이 나올 때가 있다. 이런 제품들은 근래에 출시된 게임을 중~상급 정도의 그래픽옵션으로 원활히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저렴한 투자로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곤 한다.

그리고 이런 ‘가성비’에 특화된 제품은 대개 제조사들의 전략적인 결정에 의해 선정되고 개발된다. 물론50만원대 이상의 최고급 제품의 개발에도 물론 많은 신경을 쓰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많이 팔기 위해서라기보단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나오는 제품들이다. 소비자들, 특히 게이머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제품은 어디까지나 10만원 대 후반 ~ 20만원대 초반의 제품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상당한 비율을 점하고 있는 PC방에서도 이 가격대의 제품을 많이 쓴다.

이번에 소개할 최신 그래픽카드인 라데온(Radeon) HD 7790 역시 ‘가성비’를 강조하는 AMD의 전략 제품이다.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풀릴 예정이며 판매 가격은 10만원대 후반이 예상된다. 현재 AMD는 20만원대 초반에 라데온 HD 7850, 10만원대 중반에 라데온 HD 7750을 배치해두고 있는데, 그 사이를 매울 제품으로 라데온 HD 7790을 투입해 한층 촘촘한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참고로 경쟁사인 엔비디아는 이 시장에 한 발 앞서 지포스 GTX 650 Ti를 투입한 바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재주를 갖춰 알뜰파 소비자들을 유혹할 라데온 HD 7790의 면모를 살펴보자.


참고로 IT동아에서 만나본 제품은 에이수스(ASUS)에서 제조한 ‘ASUS HD 7790 DirectCU II OC’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거의 최초로 접하게 될 라데온 HD 7790 그래픽카드다.

HD 7770과 HD 7850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라데온 HD 7790는 모델번호만 봐서는 같은 GCN(Graphic Core Next) 아키텍처(설계방식)로 개발된 기존 라데온 HD 7750/7770과 유사해 보이지만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에 집적된 트랜지스터의 수는 1,500개에서 2,080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GPU의 클럭(동작속도)는 HD 7770과 같은 1,000MHz지만 비디오메모리(GDDR5 1GB)의 동작속도는 1,125MHz에서 1,500MHz로 크게 향상된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상위 제품인 라데온 HD 7850(GPU 860 / 메모리 1,200MHz)보다 높은 수치다. 덕분에 높은 해상도에서도 한층 원활한 그래픽 구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리뷰에 사용한 에이수스 HD 7790 DirectCU II OC 제품은 AMD 레퍼런스(표준) 제품에 비해 GPU 클럭이 57MHz, 메모리 클럭은 100MHz씩 오버클러킹해 출고된다. 덕분에 다른 라데온 HD 7790 제품에 비해 약간의 추가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물론 라데온 HD 7850는 라데온 HD 7790 보다 한층 많은 2,800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GPU를 갖췄고, 비디오메모리 역시 라데온 HD 7700 시리즈의 128비트에 비해 효율성이 높은 256비트 인터페이스로 탑재했다. 절대적 성능 면에서 라데온 HD 7850이 좀더 앞서겠지만, 라데온 HD 7790가 기존 라데온 HD 7750/7770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성능을 발휘하게 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력 소모 상승 최소화, 6화면 동시 출력 지원

기존 제품에 비해 제법 성능 수치가 높아진 것에 비해 소비전력의 증가는 최소화했다. 라데온 HD 7770의 경우 최대 80W(와트)의 전력을 소모했지만 라데온 HD 7790의 최대 소비전력은 85W로 불과 5W의 증가에 그쳤다. 참고로 이는 라데온 HD 7850의 130W에 비하면 훨씬 낮은 것이다. 덕분에 라데온 HD 7790은 500W 정도의 일반적인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를 탑재한 PC라면 큰 문제없이 구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라데온 HD 7000 시리즈의 고유의 장점들도 그대로 계승했다. 한층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을 묘사할 수 있는 다이렉트X 11.1 기술을 지원하며, 6대의 모니터를 동시 연결해 하나의 화면처럼 쓸 수 있는 아이피니티(Eyefinity) 기술 역시 고스란히 갖춘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리뷰에 사용한 에이수스 제품은 총 4개의 화면 출력포트(DVI x 2, HDMI, DP)를 탑재하고 있지만, 하나의 DP에 여러 대의 디스플레이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전용 허브를 쓰면 최대 6대의 TV나 모니터를 지원한다.

업그레이드를 고려중인 구형PC 사용자들에게

라데온 HD 7790의 대략적인 면모를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직접 게임을 구동해보며 성능을 가늠해볼 차례다. 코어 i5 2500K CPU와 8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윈도7 64비트 운영체제를 갖춘 PC에 에이수스 라데온 HD 7790을 장착해 최근 출시된 최신게임 몇 가지를 구동해보며 평균 초당프레임을 측정해봤다. 평균 30프레임 정도라면 원활하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으며 평균 60프레임 이상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는 수준이다.


참고로 코어 i5 2500K CPU는 2011년에 출시된 인텔의 2세대 코어 i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릿지)에 속하는 제품으로, 현재 팔리고 있는 3세대 제품(코드명 아이비브릿지)보다 구형이다. 하지만 지금도 대단히 많은 사용자들이 이 제품을 쓰고 있으며, 특히 PC방 등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던 제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이 2011년 즈음에 PC를 구매한 사용자들이 사양 업그레이드를 고려할 시기이므로 라데온 HD 7790와 코어 i5 2500K와 조합한 PC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는지 이번 테스트를 통해 확인 해보도록 하자.


성능 테스트 - 크라이시스3

가장 먼저 테스트 해 본 게임은 FPS(1인칭 슈팅) 게임인 ‘크라이시스3’다. 고품질 그래픽으로 유명한 크라이시스의 최신작으로, 이번 3편 역시 현실에 가까운 화려한 화면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화면 해상도를 1,920 x 1,080으로 고정하고 그래픽옵션은 모두 ‘높음(HIGH)’로 설정한 뒤 게임 초반 20분 정도를 플레이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그리고 화질 향상 정도에 비해 성능 저하가 큰 ‘안티앨리어싱(AA) 옵션은 끄고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60 프레임 내외로 안정적인 게임 진행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게임 극 초반의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이나 적들이 갑자기 다수 출현하는 장면에서는 40~50프레임 정도로 프레임이 저하되긴 했지만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참고로 모든 그래픽옵션을 ‘매우 높음(VERY HIGH)’으로 설정할 경우에는 프레임이 절반 정도로 저하되었다. 이 상태로도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일부 장면에서 재빨리 반응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리하다. 높음(HIGH) 옵션상태에서도 크라이시스3의 고품질 그래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다.

성능 테스트 - 툼레이더

다음으로 테스트해 본 게임은 액션 어드밴처 게임 ‘툼레이더’다. 과거의 인기 시리즈를 재해석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이 게임은 최신 그래픽기술을 다수 적용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테스트 역시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으로 맞췄으며 그래픽옵션은 AA 비활성화 외에는 모두 ‘고급’으로 설정했다. 게임 초반 20여분 정도를 플레이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꾸준하게 50프레임 내외로 프레임이 유지되어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참고로 그래픽 옵션을 ‘최고급’으로 높이면 평균 프레임이 20~25 프레임 사이로 급락하는데, 이는 캐릭터의 머리카락을 한 올씩 섬세하게 표현하는 ‘TressFX’ 효과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효과를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최신 그래픽카드의 특권이긴 하지만, 이것 하나 때문에 플레이에 지장이 생겨도 곤란하다. 이 항목에 대한 미련만 버린다면 라데온 HD 7790로 툼레이더를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성능 테스트 - 아키에이지

외국산 최신 패키지 게임을 해봤으니 이제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온라인 게임으로 테스트를 해 볼 차례다.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MMORPG인 ‘아키에이지’를 구동해봤다. 최신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살리기 위해 다이렉트X11 모드를 이용했으며,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AA는 비활성화했으며 나머지 그래픽 옵션은 모두 ‘높음’으로 맞췄다.


테스트 결과, 많은 캐릭터가 동시에 표시되는 마을에서는 평균 40~50 프레임, 등장 캐릭터의 수가 적은 필드에서는 평균 50~60 프레임 내외로 구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상당히 매끄러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참고로 모든 그래픽 옵션을 ‘매우 높음’으로 맞출 경우에는 ‘높음’으로 할 때에 비해 전반적으로 평균 10프레임 내외의 프레임 저하가 있었다. 이 역시 비교적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으나 화면을 감상하는 재미는 약간 떨어지는 편이니 사용자의 취향대로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가성비최적화' 제품이란 바로 이런 것

PC용 부품 중에 가장 고르기 어려운 것이 그래픽카드다. 핵심칩인 GPU의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 다들 이름도 비슷비슷하다. 게다가 같은 GPU를 달고 있는 그래픽카드라도 다수의 제조사에서 워낙 많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소비자라면 제품 선택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제품 선택이 쉽지 않음에도 그래픽카드가 PC의 성능, 특히 게임 구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지대하기 때문에 아무 제품이나 대충 고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IT동아의 기자들 역시 독자들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종종 어떤 그래픽카드가 살만하냐는 문의를 종종 받곤 한다. 이들이 바라는 대략적인 요구사항은 최신게임을 무난하게 구동할 수 있으면서 가격은 가장 저렴한 제품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번에 살펴본 AMD 라데온 HD 7790은 최신게임이 요구하는 성능에 근접하면서, 가격(10만원대 후반)은 ‘비싸다’와 ‘싸다’ 사이에서 ‘싸다’ 쪽으로 한 걸음 정도 더 가까운 수준이라 부담 없이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라데온 HD 7790은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적’의 제품임은 분명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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