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다루기의 달인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입력 2013-03-29 19:21:2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번 시즌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는 레오가 아닌 다른 선수가 될 뻔 했다. 접촉했던 선수는 산체스였다. 그러나 계약을 앞둔 순간 러시아의 한 구단에서 채갔다. 그 구단이 대신 내놓은 선수가 레오였다.

낙천적인 기질의 남미 선수라는 것이 걸렸다. 삼성화재의 조직문화에 잘 융화될지 걱정도 많았다. 체력도 떨어졌지만 신치용 감독은 가능성을 봤다. 신 감독은 “여기는 한국이다. 너는 용병이다. 우리를 따라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레오는 초반 힘든 훈련을 잘 따랐지만 한계에 도달했을 때가 있었다. 시즌 초반이었다. “더 이상 힘들어서 훈련을 못 하겠다”며 감독 방으로 쳐들어갔다. 신 감독은 노련하게 대처했다. 반갑게 맞이한 뒤 선물부터 안겼다.

“힘든 훈련 잘 참아줘서 고맙다”며 디지털카메라를 줬다.

신 감독의 레오마음 사로잡기는 그 뿐이 아니었다. 시즌을 앞두고 삼성스포츠단 레슬링 안한봉 감독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장뇌삼 10뿌리였다. 같은 팀에 사위 박철우도 있지만 감독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선수는 레오였다. 장뇌삼을 먹은 레오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삼성화재 선수들도 레오를 외국인 선수가 아닌 진정한 동료로 대해줬다. 훈련도 함께 했고 편하게 장난도 쳤다. 크리스마스 때는 비싼 지갑도 선물했고, 최근 생일 때는 헤드폰도 줬다. 프런트도 거들었다. 쿠바로 돌아가지 못하는 레오를 위해 어머니를 한국으로 불러줬다. 지금 레오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행복해 한다. 챔피언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가족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너무나 좋아했던 레오였다.

“외국인 선수 리드는 감독이 아닌 팀 분위기가 한다”고 신 감독은 믿는다. 자신을 향한 진심어린 대접에 레오는 마음을 열었다. 진짜 삼성화재 선수가 됐다. 챔피언결정전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동료들에게 먼저 “집중”을 외쳤다. 우승이 확정된 뒤 재계약 여부를 물었다. 옆에서 주장 고희진이 손가락으로 셋을 폈다. 3년만 같이 하자는 신호였지만 레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감독이 내치지만 않으면 10년이라도 한다“고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