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시청률은 만족, 캐릭터는 때를 밀지 않은 느낌”

입력 2013-04-11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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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 동아닷컴DB

배우 권상우. 동아닷컴DB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때를 안 밀고 나온 느낌!”

톱스타 권상우. 돌려 말하는 성격이 못 된다. 직설을 넘어 돌직구에 가까운 그의 솔직한 말은 때로는 듣는 이가 귀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는 언제나 솔직하고 가감이 없다. 그래서 때로는 본의 아니게 오해도 받지만 개의치 않는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야왕’을 끝낸 소감을 묻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때를 밀지 않고 나온 느낌”이라고 답했다.

사우나에 들어가서 불린 때를 밀지 않은 느낌은 뭐랄까. 개운치 않고 뭔가 찝찝한 느낌?

그는 “배우는 캐릭터와 시청률을 끌고 가야 한다. 시청률 수치만 보면 정말 행복하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가 재미도, 존재감도 없어져 아쉬웠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없어도 되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역시나 솔직했다.



권상우는 드라마 초반에 한 여자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순정적인 남자 하류를 연기했다.

하지만 사랑했던 여자에게 처참하게 버려진 후 죽은 쌍둥이 형으로 살아가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인물을 동시에 연기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어설픈 복수극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마 중반에는 자신의 팬 카페에 “요즘 하류가 진짜 하류가 된 것 같다. 연기하기도 스트레스다. 대본이 잘 나오기를 바랄 뿐”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권상우는 그렇다고 아쉬움을 작가에게 돌리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쪽대본이 힘들긴 했지만, 내용은 오로지 작가의 몫이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면서 작가님과 전화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감독님한테는 의견을 한 번 전달한 적이 있었다. 동갑내기라 말이 통했다. 그러나 촬영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까 수용이 되지 않았다. 앞 장면에서 다 했던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하는 것 같다보니 대사도 잘 안 외워졌다. 이게 뭐지 하는 의문점도 자꾸 들고. 그렇게 달리다보니 힘들었다. 마음도 점점 닫혔다.”

권상우에게 힘이 되는 것은 있었다. 바로 시청률. 평균 16%의 시청률을 보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25.6%의 높은 수치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나는 시청률에 연연한다. ‘시청률은 수치일 뿐’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 배우는 없을 것이다. 노력의 결과가 수치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건 당연한 거다.”

요즘 권상우에게 가장 큰 고민이 있다. 톱스타 자리에 올라 어느 누가 부러울 것 같지 않지만, “지금 나는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배우인가?”하는 물음이다.

“예전에는 지금 자리에 만족했다. 요즘은 어떤 배우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정말 나를 좋아하나 하는 의문도 들고, 내가 부족한 것 같아 불안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작품적으로 갈구하는 것도 있고. 영화든 드라마든 뭔가 한 방이 필요한 때다.”

배우로서 고민은 결혼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아무래도 유부남이 됐으니까. 평생 젊을 수도 없어서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많아”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못 따라 하는 것을 좋은 타이밍에 해보고 싶다. 배우들은 자기 자신감으로 사는 거다. 다들 소위 스타라는 틀 안에서 결국 한 두 발 앞서가기도 하고, 뒤쳐지기도 하는 거다. 하지만 누가 더 오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오래갈 수 있게 어떤 행보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어떻게든 오랫동안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기운 빠져 보이지 않게!”

결혼 후 고민은 깊어졌지만, 아내 손태영과 아들 룩희는 권상우에게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다. 권상우는 손태영과 아들의 모습을 담은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역시 ‘아들바보’ ‘아내바보’다.

“아내와 아들만 보면 힘이 난다. 아내는 일하고 있고, 나는 드라마를 끝내고 쉬며 아들을 챙기고 있다. 아침에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왔다. 서울에 살다가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 갔는데, 아들을 위해 유치원은 옮기지 않았다. 룩희가 아빠가 TV에 나오는 걸 재미있고 신기하게 봐서 덩달아 신난다.”

권상우는 “‘모범적으로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데뷔 후 의도와 다리게 ‘문제아’같은 이미지가 생겼지만, 그가 꿈꾸던 목표대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이상하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되돌릴 수 없는 거지만. 결혼도 내가 잘 앞가림할 나이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이런 목표를 가지고 건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상처도 받으면서 점점 갇히게 되는 것 같다. 나란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거는 작품밖에 없다. 그러니 쉬지 않고 계속 작품하면서 오해를 풀고 싶다.”

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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