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경(카디프시티)의 아버지 김상호 씨는 아들의 굳은 신념과 성실함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보경이 카디프시티 자택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김보경 부친이 전한 유럽무대 1년
부상에 슬럼프 겪어도 내색않고 홀로 견뎌
숙제였던 언어문제…이제 통역 없이 척척
“내 자식이지만 정말 독하다는 생각이 들 때 많죠.”
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아버지 김상호(57)씨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대표적인 ‘사커 대디’다. 김 씨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아들에게 도움 되는 건 다 했다. 2011년부터는 숙박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1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카디프시티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을 확정했다. 김 씨는 집 이사준비로 잠시 한국에 와 있어 역사적인 순간을 아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아들의 선택 적중
“아니 보경이 아버님. 왜 아들을 2부 리그로 보냅니까?”
작년 여름, 김보경이 카디프시티로 간다고 하자 많은 지인들이 연락했다. 당시 김보경은 독일, 잉글랜드 1부 리그 몇몇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김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들과 에이전트를 믿었다. 한 차례 경험도 있었다. 김보경은 2009년 말, 일본 J1(1부)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하자마자 J2(2부) 오이타로 임대됐다.
걱정하는 김 씨를 아들은 “2부에 개의치 않고 적응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안심시켰다. 김보경은 1년 후 복귀해 팀의 에이스가 됐다. 아들의 선택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1년 만에 꿈의 리그 EPL 무대를 밟게 됐다. 김 씨는 “2년 내에 중상위 클럽 진입, 그 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팀 입단이라는 목표를 아들과 함께 세웠다. 이제 시작이다”고 했다.
○독종 내 아들
김보경은 덤덤한 편이다. 김 씨의 축하 문자에도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답장 하나 달랑 보냈다. 그러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깊다. 김보경은 올 초 잠시 슬럼프를 겪었다. 언어, 문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근육도 좋지 못했다. 5경기 연속 벤치에 앉았다. 그 때 카디프에 있던 김 씨 부부는 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김보경은 오히려 밝은 얼굴로 집에 왔다. 평소 안하던 농담까지 했다. 김 씨는 “보경이는 감정을 잘 안 드러낸다. 우리 마음 편하게 해주려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고 회상했다. 김보경은 슬럼프를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카디프시티 말키 맥케이 감독도 김보경에게 “시즌 막판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다”며 끊임없이 격려했다. 김보경은 최근 맹활약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숫기 없는 김보경이지만 축구를 잘 하기 위한 일만큼은 뭐든 독종이다. 가장 힘들어했던 영어와의 싸움도 이겨냈다. 매일 영어책과 씨름한 덕분에 이제 생활영어는 유창하다. 김 씨는 “감독이 보경이에게 ‘이제 통역 없어도 되겠다’고 했다더라”며 흐뭇해했다. 김보경은 집에서도 스트레칭, 밸런스 운동을 절대 게을리 하지 않는다. 김 씨는 “내 자식이지만 정말 독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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