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달리는 비법? 자연스럽게!

입력 2013-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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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은 천천히 달리며 자신과 만나는 운동입니다”. 남산 숲길을 달리는 오지레이서 유지성 선수의 뒤를 양형모 기자가 힘겹게 따라가고 있다. 남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오지레이서 유지성 선수에게 배워보는 ‘트레일러닝’

대회가 곧 훈련…실전 근육으로 무장
비포장길 200∼500km 밥 먹듯 달려

팔은 자연스럽게…상체 움직임 최소
내리막길 디딜땐 발 전체나 앞꿈치로

쿠셔닝·지지력·킥력 좋은 신발 강추

요즘 ‘좀 달린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트레일(Trail) 러닝이 인기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산길이나 오솔길을 달리는 행위를 뜻하지만 요즘은 ‘포장도로가 아닌 곳을 달리면 다 트레일러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유지성 선수. 그는 세계가 알아주는 오지레이서이다. 사하라, 고비 등 사막은 물론 남극(극지방도 넓은 의미로는 사막으로 친다고 한다)까지 두 발에 의지해 달리는 철인이다. 우리나라 최대 오지 트레일러닝 커뮤니티인 ‘RUNXRUN’(런엑스런)도 운영하고 있다.

유지성 선수를 만나 트레일러닝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 남산 기슭의 한 등산코스. 말이 등산코스지 두어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좁은 오르막길이다. MTB(산악자전거) 마니아들도 애용하는 코스라고 한다.


● 러닝 10분 만에 땀이 흥건

세계적인 오지레이서는 하루에 얼마나 강훈련을 할까. 뜻밖에도 유 선수는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회 출전이 곧 훈련이라는 얘기. 한 번 대회에 나가면 200∼500km를, 그것도 비포장길을 달리게 되는데 이런 대회를 1년에 수차례씩 나가다 보면 평소 강훈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유 선수가 “다리를 한번 만져보시라”고 했다.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마치 꽁꽁 언 동태를 집는 느낌이다. 정강이뼈가 두 개 붙어있는 것 같다. 무릎 위에도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근육이 잡힌다. 유 선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만들 수 없는 실전용 근육”이라고 했다. 그의 군살 하나 없는 몸과 말 근육은 모두 실전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같은 사람이다.

러닝화 끈 묶는 법과 간단한 스트레칭(역시 실전용이다!)을 배운 뒤 곧바로 유 선수를 따라 트레일러닝에 나섰다. 10여 분 정도 달리니 슬슬 숨이 차오르면서 등에 땀이 축축하게 밴다. 걸어서 올라도 힘든 산길을 뜀박질을 하니 당연하다. 유 선수는 “팔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놔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먹도 쥐지 않는다.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체력소모를 줄이는 것이 요령이다.


● 트레일러닝 200% 즐기기 “천천히 달려라”

트레일러닝은 도로 러닝에 비해 아무래도 부상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장비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발이다. 유 선수는 “트레일러닝화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발목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지지력, 차고 나가는 힘인 킥력, 충격을 완화해 주는 쿠셔닝이다. 킥력을 보강하기 위해 바닥 앞쪽 돌기가 일반 러닝화에 비해 도드라져 있다. 앞코도 마사이워킹화처럼 높이 들리게 만들어야 한다.

바지는 트레이닝복이나 경량 등산복을 입어도 좋다. 타이즈, 스타킹을 신고 반바지를 걸치는 것도 추천. 여기에 응급치료키트, 물 등을 담은 작은 배낭을 메면 트레일러닝패션 완성이다.

20분쯤 오르막길을 달린 뒤 하산을 시작했다. 유 선수는 “내려올 때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부상은 하산할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일반 러닝은 뒤꿈치부터 바닥에 닿게 뛰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 ‘뒤꿈치 주법’을 썼다가는 미끄러져 나뒹굴기 십상이다. 발 전체로 바닥을 딛거나 앞꿈치로 찍듯이 디뎌야 한다. 그리고 지그재그로 달린다.

출발지점에 되돌아오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휴식시간 20분을 제외하면 40분을 달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하다. 하지만 심신은 날아갈 듯 상쾌하다. 도대체 이런 기분이 얼마 만인가.

트레일러닝이 끝나고 유 선수는 말했다. “트레일러닝의 진정한 매력은 자연 속에서 잊고 살았던 자신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달리다보면 누구든 무아지경의 지점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런 행운을 누리기 위해서는 천천히 달려야 한다. 잊지 마시라. 트레일러닝은 천천히, 느리게 달리는 운동이라는 점을.”

남산(서울)|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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