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화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모차르트

입력 2013-06-02 1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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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발터 기제킹은 숭배의 이름이다.
1895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모두 독일인. 고전적인 독일연주에 프랑스 음악관을 결부시킨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기제킹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그의 초인적인 암보력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하룻밤 사이에 한 곡을 다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 본 악보를 연주해내는 초견력도 탁월했다. 여기에 당대 피아노의 거장들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테크니션이기도 했다.

피아니스트로서 모든 재능을 갖춘 기재킹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연습을 안 하는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했다. 오히려 “과도한 연습은 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빡빡한 스케줄을 수행하는 능력도 초인적. 하루 종일 제자들을 가르치고 밤에 비행기로 날아가 연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전설도 있다. 피아노 없이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악보만으로 곡을 습득해 연주했다는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굿인터내셔널이 출시한 ‘모차르트 컴플리트 솔로 피아노 워크-발터 기제킹’은 생전에 기제팅이 연주하기를 즐겼던 모차르트 곡을 무려 10장의 CD에 모아 담은 전집이다. 1000조 한정판이다.

이 전집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면 기제킹의 미묘한 음색 변화에 귀를 기울여 볼 것. 기제킹은 요즘 피아니스트들도 경외해 마지않는 페달링의 명인이었다. 현과 페달을 미세하게 접촉시켜 음색을 변화시키는 ‘반(半) 페달링’ 기법은 그의 전매특허로 그가 왜 ‘페달링의 화가’로 불렸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불필요한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오직 작곡가가 악보에 남긴 음악의 아름다움만을 고스란히 살리는데 치중한 ‘신즉물주의’의 추종자답게 정확한 연주, 투명한 음색을 들려준다. 최신기술의 리마스터링을 통해 선명한 음질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전집의 미덕이다.

비평가들로부터 “그의 피아노는 때때로 해머가 없는 듯이 작동한다”라는 평을 들었던 기제킹의 모차르트는 그야말로 ‘순백의 모차르트’로 다가온다.
기제킹의 연주라면, 1791년에 죽은 모차르트도 틀림없이 미소를 지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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