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진 “손예진 선배와 작품…데뷔 꿈 이뤘어요”

입력 2013-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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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설명할 때 늘 수식어가 필요했던 연기자 경수진이 온전히 자신의 실력만으로 평가 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말 첫 방송하는 ‘TV소설 은희’는 그의 첫 주연작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KBS 2TV ‘상어’ 손예진 어린시절 맡은 경수진

‘제2의 손예진’ 별명…폐 끼치는 기분
촬영장서 선배님 만날 땐 날아갈 듯

이달 말 방송 ‘은희’ 여주인공에 발탁
가슴 벅찰 정도로 대사 많아져 신바람
‘제2의’ 수식어 뺀 경수진 기대하세요

“손예진 선배와 자매로 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던 신인 연기자 경수진(26)의 목표는 1년 만에 이뤄졌다. 꿈꾸던 자매지간은 아니지만 손예진의 어린 모습으로 말이다.

5월27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에서 경수진은 여주인공 손예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있다. 방송 직후 손예진의 단아함을 꼭 빼닮은 모습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과거 출연작부터 실제 나이까지 거론되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의 주변까지 조금씩 들떴던 그날, 정작 경수진은 ‘핫’한 반응과 달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전날 방송을 보고 연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름 준비를 많이 하고 보여드릴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 전 작품 흥행을 위한 고사와 촬영현장에서 그토록 그리던 손예진과의 만남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감출 수 없었다.

“데뷔 때 ‘손예진 닮은꼴’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는데, 선배의 인기를 등에 업고 관심을 받는 것 같아 누를 끼치는 기분이었다.”

‘상어’에서 실제 8살 연하인 연준석(왼쪽)과 함께 커플 연기를 선보인 경수진. 사진제공|KBS


그동안 드라마 ‘적도의 남자’ ‘스틸사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여러 작품에서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알린 경수진은 이달 말 방송 예정인 KBS 2TV TV소설 ‘은희’에서는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시청자와 만난다.

‘제2의 손예진’ ‘이보영의 아역’ ‘조인성의 첫사랑’ 등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온전한 자신의 이름으로만 평가받을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은희’는 6.25 전쟁 직전 의도치 않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세 가족의 엇갈린 운명과 화해, 그로 인한 젊은 남녀의 굴곡진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경수진은 억울하게 살인자 누명을 뒤집어 쓴 아버지로 인해 손가락질받으며 살면서도 강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주인공 은희를 연기한다.

총 150회차를 이끌어 가야 하는 부담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대본을 보면 신이 절로 난다. 경수진은 “최근까지만 해도 대본을 받으면 내 대사를 찾기 위해 단축키로 ‘검색’을 해야 했다. 한 회에 대사가 없을 때는 ‘찾으신 단어(문서)가 없습니다’는 창이 뜨기도 했다. 지금은 벅찰 정도로 대사의 양이 많아졌다”며 해맑게 웃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인 만큼 엄마의 경험담과 책을 통해 시대사를 간접 체험하고 있다. 경수진은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서울 평화시장의 재단사이자 노동운동가 전태일 님의 일대기도 공부했다. 은희를 연기하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수진은 이제 ‘제2의 누군가’가 아닌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는 ‘연기자 경수진’으로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그는 “그동안 주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내가 가진 연기력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한 작품을 끌어갈 수 있는 그릇의 연기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반달 모양의 예쁜 눈을 반짝였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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