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의 기회’ 살린 이명주…미드필더에 나도 있다

입력 2013-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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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에서 출발해 2012시즌 K리그(1부) 신인왕을 차지한 이명주(포항)가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7차전에서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왜소한 체구 불구 공·수 위치선정 탁월
무명서 K리그 신인왕…대기만성 스타일
김남일 자리 완벽소화…우즈벡전 MOM


포항 스틸러스 장성환 사장은 11일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7차전(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을 찾아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지켜봤다. 포항 소속 미드필더 이명주(23)는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경기 후 장 사장은 “훌륭한 경기였고, 앞으로도 더욱 분발해 국민과 포항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 달라”며 이명주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명주는 작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5골6도움으로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한 무명 선수였다. 심지어 포철공고 당시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수비수로 뛰었다. 영남대를 거치며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게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다. 또래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들과 달랐다. 포항 구단이 왜소한 체구(176cm, 72kg)로 영입을 고민했을 정도.

하지만 뜨거운 열정만큼은 남달랐다. 수비라인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탁월한 시야를 익혔다. 축구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포항클럽하우스에 위치한 그의 숙소에는 흔하디흔한 비디오 게임기나 연예인 사진 한 장 붙어 있지 않다. 포항 관계자는 “이명주가 방을 깨끗이 쓰면서 언제든 팀을 떠날 것 같이 행동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전했다.

이명주는 레바논 원정(5일)에서 선발 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의 자리는 없었다. 베테랑 김남일(36·인천)이 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동갑내기’ 한국영(23·쇼난 벨마레)이 먼저 첫 A매치 출전을 이뤘다. 이명주는 실망하지 않았다. 김남일의 왼쪽 햄스트링 부상이 온전치 않으면서 11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깜짝 출전했다. 사실 경기 시작 전부터 협회 관계자는 이명주의 출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첫 A매치 출전이 월드컵 본선행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명주는 ‘쫄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상대 골키퍼와 1대 1 기회를 놓쳤다. 전후반 내내 상대 공격을 끊는 탁월한 위치선정과 움직임을 보였다. 늘 그랬다. 프로 데뷔 첫 출전이었던 작년 4월8일 성남 일화와 원정 경기. 미드필더 신진호의 대타로 급작스레 호출 받았으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승골을 도우며 이름 석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5만 여의 관중. 그리고 시청률 20%가 넘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명주는 “A매치 첫 경기를 잘 내디뎠다. 이젠 좀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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