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 방망이…왜?

입력 2013-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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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 무게는 홈런타자의 스타일에 따라 그 경중이 갈린다. 프로야구 초창기의 거포들은 주로 무거운 배트를 썼지만, 최근에는 홈런타자들의 방망이도 가벼워지는 추세다. 사진은 900g의 배트를 쓰는 홈런 1위 최정(SK). 스포츠동아DB

■ 90년대 김기태는 950g…요즘 거포들은 860∼920g 배트 사용


배트무게와 비거리의 상관성

타자가 친 볼이 외야 관중석을 향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장면은 프로야구의 백미다. 홈런을 때려내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잘 부합돼야 한다. 그래야만 타구를 최대한 멀리 보낼 수 있다. 여러조건 중 방망이 무게는 타구 비거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전·현직 장거리 타자들이 사용했거나 현재 사용 중인 배트 무게와 그에 따른 타구 비거리의 상관상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80·90년대 대부분 900g이상 배트 사용
지금은 920g 이상 방망이 거의 사용안해

김현수·최정 “무게와 비거리 큰 상관 없다”
이호준 “스피드 자신있을땐 무거운것 사용”


● 최근에는 880∼920g 방망이 선호

1980∼1990년대 거포로 이름을 떨쳤던 타자들은 대부분 900g 이상의 배트를 즐겨 사용했다. 당시는 배트 제작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무거운 방망이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프로야구 초창기 대표적 홈런타자였던 SK 이만수 감독은 “나뿐 아니라 선수들 대부분이 920∼940g의 배트를 썼다. 900g보다 가벼운 방망이를 쓰면 아기 같다고 놀릴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1990년대 간판타자인 LG 김기태 감독도 “내가 선수생활을 할 때는 대다수가 900g 이상의 방망이를 사용했다. 나는 전성기에는 940∼950g의 배트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920g 이상의 배트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최형우(삼성)와 나지완(KIA)이 920g으로 가장 무거운 방망이를 사용하는 대표적 선수들이다. 올 시즌 홈런 1위를 다투고 있는 최정(SK)은 900g, 이성열(넥센)은 890g, 박병호(넥센)는 880g의 배트로 장타를 양산하고 있다. 현재 각 팀의 장타자들은 대개 880∼920g 사이의 방망이를 선호하고 있었다. “한창 때는 940∼950g짜리 방망이를 쓰다 3년 전부터 880∼900g로 줄였다”는 이호준(NC)은 “스윙 스피드에 자신이 있었을 때는 무거운 배트를 잡았지만, 지금은 정확성 위주로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타자들의 성향에 따라 갈리는 해석

1920∼1930년대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은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는 1.33kg의 방망이를 사용해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2000년대 대표 홈런타자 배리 본즈는 약 860g짜리 방망이로도 엄청나게 많은 아치를 그려냈다. 방망이의 나무 재질과 더불어 투수들의 투구 스타일 등도 많이 달라졌지만, 루스와 본즈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방망이가 무거답고 해서 꼭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김태균(한화)은 “비슷하게 볼을 쳤다고 가정하면, 무거운 방망이를 썼을 때 타구가 더 멀리 간다. 하지만 무게가 중요하진 않다. 그 무게를 이길 수 있는 파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지완도 “10g이라도 무거운 것(배트)이 조금이라도 멀리 (비거리가) 나간다. 무거운 배트로 가볍게 맞히는 스윙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흔(두산)은 “개인적으로 배트 스피드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확실히 무게감 있는 배트를 사용하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김현수(두산)는 “무게와 비거리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힘이 좋은 타자는 가벼운 배트를 써도 멀리 칠 것이다. 예전 심정수 선배가 그렇다”고 말했다. 최정도 “홈런타자 스타일에 따라 배트 무게가 다른 것 같다. 헤드 무게로 앞에서 ‘퉁 친다’는 느낌으로 치는 홈런타자는 아무래도 무거운 배트가 좋다. 하지만 (김)상현이 형처럼 배트 스피드를 중시하는 홈런타자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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