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운관, 스크린, 뮤지컬 무대까지 종횡무진하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 유준상(44)을 만났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 ‘출생의 비밀’의 홍경두, 뮤지컬 ‘그날들’의 정학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캐릭터를 빛내고 있다.
유준상은 만나자마자 휴대폰에 있는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첫째 아들은 미남이고, 둘째 아들은 잘생기진 않았지만 호감 가는 훈남”이라며 아들 자랑을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방을 전전하며 모텔 생활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뮤지컬을 위해 남은 힘과 시간을 쏟는다.
그렇다면 남은 월요일은 쉴 만도 한데 그는 “무조건 월요일은 가족과 함께”란다. 대단하다는 칭찬에 “사실 자려고 해도 아들들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며 웃어 보였다.
과연 연예계의 에너자이저답다. 일과 가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완벽남 유준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날들’의 정학만큼 철두철미한 배우, 유준상
-나이가 적지 않은데 체력이 대단하네요.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스스로 ‘20대 애들 못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이 정도 스케줄은 체력을 떠나 정신력인 것 같아요. ‘해낼 수 있다.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버텼죠.”
-스케줄이 어느 정도였나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텔 생활을 했어요. 드라마 ‘출생의 비밀’을 찍기 위해 일산, 인천, 서초, 청주 등을 전전했죠. 금요일 새벽에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토요일 새벽 6시가 되고, 서너 시간 잔 뒤 뮤지컬 ‘그날들’을 시작해요. 그리고 월요일은 가족과 함께. 최근에는 또 뮤지컬 ‘레베카’의 지방 공연 때문에 부산, 청주 등을 다녔거든요. 해보니까 안 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웃음)”
-‘출생의 비밀’이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전 작품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40%대의 시청률 얻고, 이번 ‘출생의 비밀’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런 차이는 이제 아무렇지 않아요. 과거에도 ‘여우와 솜사탕’이 시청률 40%를 넘고 다음 작품에서 10%대에 그친 적이 이미 있어요. 시청률보다 좋은 작품을 했다는 것에 후회가 없어요.”
-드라마 초반에는 홍경두라는 캐릭터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도 있었어요.
“홍경두가 초반에 스토커, 바보라는 꼬리표가 붙었을 때는 정말 당황했어요. 욕을 오랜만에 먹기도 했고, ‘현대 사회에서는 홍경두가 바보로 통하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극이 흐르면서 시청자들도 홍경두의 진심을 알게 되고, 이해해주더라고요. 또 제 연기나 사투리 등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을 때는 신경을 많이 쓰죠. 순간 속상하긴 하지만 그런 지적들이 새로운 힘이 돼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많은 분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해야죠.”
-모든 것을 감당할 체력과 정신력이 어디서 나오나요.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간다’ 생각 하면 못 할 게 없어요. 드라마 대사였는데, 정말 공감되더라고요. 드라마 속 대사가 주는 위로가 있어요. 그것도 큰 힘이 됐어요. 또 최근에 벌에 물려 얼굴이 크게 부어올랐었어요. 촬영도 공연도 못할 뻔했죠. 병원 가서 응급처치로 주사를 맞았어요. 빨리 가라앉히고 싶어 간호사에게 더 놔달라고 막 졸랐죠.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더라고요.”
●‘출생의 비밀’ 홍경두 못지않은 아버지, 유준상
-드라마 ‘출생의 비밀’을 본 아내 홍은희와 아들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내는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봤대요. 큰 아들은 칼 싸움을 좋아해서 ‘대왕의 꿈’을 봤어요. 극 중에서 엄마 홍은희가 죽어 안 나오는데도 보더라고요! 아빠 드라마 좀 보라고 막 요구했죠.(웃음)”
-피곤할 텐데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주는지.
“집에 오면 아들 둘이 막 안기고 대뜸 칼로 저를 찔러대요. 그러다 또 말아요.(웃음) 공연 때도 틈틈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요. 그냥 극장에 풀어 놓는 거죠. 스태프들이 놀아주고 하는데 아주 난장판이에요. 보고 있으면 형편없어요.(웃음) 그러다가 극 중 딸인 갈소원을 보면 너무 예쁘게 노는 거죠. 저절로 ‘아이구~ 그래, 그래’ 이렇게 돼요.”
-아들들이 나중에 배우를 하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전 당연히 좋죠. 소질만 있으면요. 지금 연기력은 잘 모르겠는데 리액션은 정말 좋아요. 혼낼 때 저는 손만 들었을 뿐인데, 아들은 한 열 대 맞은 것처럼 리액션을 하더라고요. 아주 훌륭해요.(웃음)”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국민 아빠’가 된 것 같아요.
“소원이는 정말 예뻐요. 예쁜 정도가 아니라 너무 기특해요. 소원이는 자기 작품에 책임감이 있는 아이에요. 못 외울 것 같았던 대사도 전부 외워 와요. 신이 끝날 때마다 ‘아이고, 우리 새끼. 어떻게 외웠어’하고 안아주게 되죠. 보고 있으면 너무 예뻐서 촬영 내내 계속 안고 다녔어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 방귀남 못지않은 행복남, 유준상
-작품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많은 작품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뮤지컬은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점과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는 ‘삼총사’의 아토스, ‘잭더리퍼’의 형사,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해볼 수 없잖아요. 영화와 드라마도 저를 찾아주고 역할을 제안해주시는 분들과 꼭 한 번씩 다 작업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많은 분들 만나 왔지만 더 만나고 싶어요. 그렇게 만나는 인연들이 정말 소중해요.”
-대학교에서 강의도 한다던데, 교육에 대한 욕심도 있나요?
“대학교 교수로 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무척 재미있어요. 제가 실제로 사회에서 느낀 것들을 가르쳐주는 작업이 참 뿌듯해요. 학생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고 전시회도 가요. 그리고 즉석에서 동물 따라하기, 전시회 그림 보고 느낌 표현하기 등을 과제로 내주죠.”
-하고 싶은 것도 참 많고, 행복한 일도 많은 것 같네요.
“어릴 적부터 많은 일을 겪었어요. 연기에 소질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가장이 되기도 했죠.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정말 다양한 일을 겪었어요. 힘든 과정을 보내며 스스로 많이 겸손해진 것 같아요. 또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잘 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됐고요. 이 시간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참 행복해요. 드라마 시청률이 낮아도 인터뷰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이에요. 최근 드라마 제작진들을 ‘그날들’ 공연에 초대했거든요. 제가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놀라면서 좋아하더라고요. 좋은 드라마였잖아요. 지금도 정말 행복해요.”
사진 제공ㅣ나무엑터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