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을 맡은 김다현. ‘해를 품은 달’은 함축적인 가사와 대사, 고운 색감이 돋보이는 무대, 다양한 장르를 녹인 음악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마케팅컴퍼니 아침
■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죽은 연우 향한 절규의 노래 가슴 먹먹
왕이 된 2막에선 목소리 톤도 근엄하게”
전통색 담은 무대·다양한 장르의 넘버
국민드라마 ‘해품달’ 감동 그대로 재현
2012년 무려 42%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드라마’로 호사를 누렸던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뮤지컬 버전. 알려진 대로 정은궐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의 감동과 재미를 고스란히 무대로 ‘이체’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고 관객들이 뮤지컬도 재미있게 봐주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좋다. TV 시청자와 뮤지컬 관객이 일치하리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지 않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많다.
오늘 ‘공·소·남’의 초대 손님은 드라마에서 ‘김수현 신드롬’을 일으켰던 왕이 된 남자 ‘이훤’ 역을 맡은 김다현. 김다현은 “여주인공 ‘연우’가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드라마와 같지만 기억을 시녀 ‘설’에게 봉인시킨다는 설정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 주연배우도 감동하는 명장면, ‘문이 닫힌다’
뮤지컬 ‘해품달’의 미덕은 다양한 장르를 서걱거리지 않게 고루 반죽한 음악, 입과 마음에 착착 날아와 얹히는 대사와 가사, 손대면 묻어날 듯 화사한 무대와 조명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의 조각보를 응용한 무대는 감탄사를 절로 뽑아낸다. 살짝 물 빠진 원색의 색감이 얼마나 고운지는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김다현이 꼽은 ‘해품달’ 최고의 명장면은 1막의 클라이막스 엔딩. 무녀 ‘장씨(최현선 분)’의 주술이 ‘연우’(안시하 분)의 죽음으로 이어지며 모든 배우가 ‘문이 닫힌다’를 부르는 장면이다. ‘장씨’의 카랑카랑하면서도 시원한 목소리, 애절함이 관객의 심장을 압박하는 ‘연우’의 죽음, 앙상블 배우들의 군무와 합창이 얽히는 가운데 ‘훤’과 ‘연우’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문’이 닫혀간다.
김다현은 “뒤늦게 ‘연우’의 소식을 들은 ‘훤’이 장면 중간에 절규하며 무대로 뛰어든다. 무대 뒤에서 ‘문이 닫힌다’ 앞부분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매 회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 ‘훤’의 노래 변화·독특한 연출기법 눈길
‘훤’의 타이틀 넘버(노래)는 ‘그래, 사랑이다’. ‘연우’에 대한 사모곡이지만 이 작품의 주제를 꿰뚫는 곡이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 모든 배우들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관객과 작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해품달’에는 총 33곡의 넘버가 등장한다. 귀가 밝은 관객이라면 ‘훤’의 1막과 2막 노래 톤이 살짝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을지 모른다. 김다현은 “1막에서는 순수하고 밝은 세자 ‘훤’, 2막은 왕위에 올라 좀 더 근엄해진 ‘훤’을 표현하기 위해 나름 목소리 톤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김다현이 귀띔한 관람 팁 하나.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들어서인지 TV에서나 볼 수 있는 기법이 ‘해품달’에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주요 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스파이처럼 보이는 인물이 슬그머니 한 구석에 등장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진다. 무대 두 군데에서 각각 따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연출도 독특하다.
동생의 여자가 된 ‘연우’를 마음에 품은 ‘양명’(조강현 분)도 반짝 반짝 빛난다. 두 번째 보는 관객이라면 처음부터 ‘양명’의 드라마틱한 사랑과 삶에 방점을 찍고 스토리를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