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男男키스’ 마저도 유쾌할 줄이야

입력 2013-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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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헤이, 자나’는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라는 이색 소재를 다루고 있다. 사진제공|비오엠코리아

■ 뮤지컬 ‘헤이, 자나!’

동성커플이 당연시 되는 ‘발칙한’ 설정
배우들 호흡·열정이 생생하게 느껴져
뒤바뀐 남·여성성 비교가 관전 포인트

발상이 괘씸(?)하면서도 유쾌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 있는 세상. 남자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여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황당한 세상.

8월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헤이, 자나!’(BOM코리아·프로듀서 최용석)는 가상의 도시 하트빌의 한 대학이 무대다. 혈기방장 청춘의 화끈한 사랑이 테마. 이미 말한 대로 남남 여여 커플이 당연시되고, 남녀간의 사랑은 ‘가문의 망신’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동성애를 조장하는 작품인 모양이군”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남남 여여의 발상은 스케이트를 타고 달리듯 상쾌 통쾌한 극의 진행을 위한 다소 발칙한 설정일 뿐이다.


● 한 남자를 사랑한 남녀…황당한 삼각관계의 결말은?

‘자나’(김지휘 분)는 대학생이지만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각별한 존재다. 마법봉까지 들고 다니는 ‘자나’의 역할은 사랑과 사랑을 이어주는 메신저. 교내 어디선가 사랑의 두근거림이 느껴지면 마술봉이 ‘부웅∼’ 소리를 내며 반짝반짝 빛난다.

사건의 발단은 미식축구팀 쿼터백 ‘스티브’(이창희 분)와 모범생이자 로데오 동아리 회장인 ‘케이트’(최수진 분)가 서로 사랑을 느끼면서부터. 두 사람은 학교 뮤지컬(주제는 ‘이성애자를 군대에 받아들여도 되는가’이다)에서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다가 진짜로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어야 할 ‘자나’가 ‘스티브’를 몰래 사랑하고 있다는 것. 과연 ‘케이트’와 ‘스티브’의 위험한 사랑(?)은 맺어질 수 있을 것인가.


● 대사·소품 속에 깨알 재미가 ‘콕콕’

‘케이트’ 역을 맡은 배우 최수진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뒤바뀌었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의 연기, 대사는 물론 소품 곳곳에도 남녀의 뒤바뀐 특징이 숨겨져 있다. 특히 핑크빛으로 둘러싸인 ‘자나’의 화려한 패션감각을 눈여겨 볼 것.

최수진은 “‘자나’의 네일아트는 배우 중 한 명이 직접 해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파티장에 ‘자나’가 신고 나오는 유리구두(결과는 절망적이었지만)에도 사연이 있다. 이 유리구두는 극 중 ‘자나’가 동화책을 보며 “아! 갖고 싶다!”고 했던 바로 그 구두다. ‘자나’가 읽고 있던 동화책의 제목은 각자 상상해 보시길.

이런 류의 작품은 배우들의 호흡과 순발력이 중요하다. 흔한 아이돌 스타 한 명 없는 풋풋한 얼굴의 배우들이지만 보고 있으면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고, 열정을 쏟아 부었으며, 이 작품을 얼마나 애정하고 있는지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스티브’를 맡은 이창희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남성미를 뿜어내는 인물.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섹시한 스트리퍼로 등장했던 박혜나는 ‘로버타’를 맡아 거침없는 터프녀로 변신한다. 곳곳에서 찰진 웃음을 안겨주는 ‘벅’ 역의 이태오도 눈길을 끈다.

그나저나 ‘헤이, 자나!’의 ‘위험한 사랑’을 보면서 든 ‘위험한 생각’. 몇 번이나 등장하는 남자끼리의 키스신이 은근히 그림이 된다. 궁금한 것도 있다. ‘벅’이 입고 나온 윗부분은 핑크색, 아래는 흰색인 티셔츠는 도대체 어디서 샀을까.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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