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업준비생 L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PT 면접을 보러 왔다. 최선을 다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지만, 면접관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발표가 좀 어수선하네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그는 발표를 매끄럽게 하지 못한 것을 깨닫고 아쉬워했다. 아, 이럴 때 스티브 잡스처럼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 대학생 K씨는 과제를 하기 위해 전공 관련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컨퍼런스 내용에 흥미를 갖고 귀를 기울였지만, 시간이 지나니 지루하고 졸음만 왔다. 발표 내용이 그리 흥미롭지도 않고, 발표자는 비슷한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 같다. 대체 각종 컨퍼런스 발표 내용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 거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을 보기란 어려운 것일까?
물론 프레젠테이션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꼭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도 청중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는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도와주는 ‘킹메이커’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비주얼(ivisual)’ 최웅식 대표다. 최 대표는 키노트 프레젠테이션 교육 및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잡스처럼 키노트하라’, ‘시작하자! 아이패드 키노트’ 등 각종 프레젠테이션 서적을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국내에 프레젠테이션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국내 최초로 ‘TEDx’를 도입한 바 있다.
이쯤 되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라 해도 무방할 터. 이에 최웅식 대표를 만나 프레젠테이션과 키노트, 그리고 아이비주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티브 잡스 연설에 대한 관심, 창업으로 이어져
아이비주얼은 키노트 프레젠테이션 교육 및 컨설팅, 애플 솔루션을 이용한 콘텐츠 및 전자책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자 1인 기업이다. 최 대표가 프레젠테이션과 관련해 일을 하게 된 것은 그의 관심사로부터 비롯됐다.
“대학생 때부터 프레젠테이션에 관심이 많았고, 각종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컨퍼런스가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프레젠테이션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왔어요. 그리고 2005년,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애플이란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이에 스티브 잡스를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죠.”
최 대표는 우선 스티브 잡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따라해 보기로 생각했고, 이에 스티브 잡스가 이용한 키노트에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 최 대표는 맥(Mac)도 없었고 키노트를 사용할 줄도 몰랐다. 시중에 맥이나 키노트를 배울 수 있는 책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키노트 커뮤니티이자 스터디 모임인 ‘키노트 유저 그룹’을 만들었다. 2주에 한 번씩 명동에서 모여 스터디와 키노트 발표를 했다. 2시간 중 1시간은 최 대표가 독학으로 배운 내용들을 사용자들에게 알려주고, 남은 1시간은 사용자들이 직접 키노트로 발표 실습을 했다.
“사용자 연령대가 매우 다양했는데, 60대의 경우 막상 집에서 키노트를 다루려고 하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지방에 있는 분들은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워했지요. (현재 커뮤니티는 온라인에서 1만 명 규모이며, 오프라인 모임은 20명 규모로 이루어진다) 이에 동영상 강좌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키노트 이용 화면을 통째로 캡처해 5~10분 분량으로 동영상을 만들고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동영상은 80개, 동영상 전체 누적 조회수는 150만 뷰를 기록했다. 동영상 강좌는 입소문을 탔고 커뮤니티는 점점 확대됐다. 이를 주목한 출판사가 최 대표에게 키노트 관련 책을 집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출판 계약을 하고 ‘잡스처럼 키노트하라’라는 책을 냈다. 해당 서적은 교보문고에서 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책이 잘 되자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 때 마침 국내에서 ‘TEDx(하단 설명 참고)’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TEDx와 프레젠테이션은 강연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만큼, 국내에서 처음으로 TEDx를 진행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또한 발표자를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그 사람의 프레젠테이션을 기획 및 디자인하고, 리허설하는 등 컨설팅을 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TED, 그리고 TEDx란?
TED 강연은 테크놀로지(T), 엔터테인먼트(E), 디자인(D)의 첫 자를 따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자는 취지로 매년 2월 미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다. TED는 1984년부터 시작됐으며, 온라인에 공개되는 TED의 강연들은 조회 수가 10억 뷰를 넘을 만큼 인기가 많다. 한편, TEDx는 TED의 허가를 받아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열리는 행사로 TED와는 규모, 자본, 청중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 모든 일이 자연스레 사업이 됐고, 그래서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에 최 대표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아이비주얼을 만들게 됐다.
프레젠테이션, 감동을 선사하고 인생을 바꾸다
최 대표는 키노트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많은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최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TED 2013’에서는 발표자 장동우 군을 도와 무대를 빛냈다.
“작년에 TED 2013의 발표자들을 발굴하는 오디션이 열렸는데, 한국 발표자 중에 중학생(장동우 군)이 있었어요. 장 군은 나무를 깎아서 직접 활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활시위도 만들고 활도 쏘지요. 그 때 제가 장 군을 컨설팅 했어요. 장 군의 대본을 편집하고 키노트로 디자인하고, 발표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획했습니다.”
테드 청중들은 세르게이 브린(구글 사장), 제프 베조스(아마존 대표), 빌 게이츠(MS 의장)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이루어진다. 카메론 디아즈, 에쉬튼 커쳐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많다. 최 대표는 그런 유명 인사들 앞에서 발표하는 이를 뒷받침한 셈이다. 장 군의 발표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TED 관계자 및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작가도 장 군을 칭찬했다.
“TED 무대에 서기 전과 후, 장 군의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사실 장 군이 우울증에 많이 시달렸고 활 만들기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어요. 제가 처음 장 군을 보았을 때 그의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바뀌어 뿌듯합니다.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을 한 것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꾼 것 같아 매우 기뻤어요.”
이처럼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을 할 때, 최 대표가 가장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은 컨설팅 대상자에 대한 이해와 관련 지식 함양이다.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테크플러스’ 포럼에 참여하는 발표자 분들을 컨설팅한 적이 있는데, 그 중 귀금속 장인이 있었어요. 저는 귀금속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래서 모든 자료를 조사해서 관련 공부를 했어요. 제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콘텐츠를 편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 사람이 일평생 노력해서 얻은 콘텐츠와 노하우를 저에게 맡기는 것이니만큼, 제가 그 사람과 관련 지식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대표에게 ‘감동을 주는 프레젠테이션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진정성, 그리고 청중을 배려하는 것’이라 말했다.
“흔히 드라마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와 못하는 배우의 차이는 몰입도와 진정성이라 합니다. 몰입도나 진정성이 낮은 배우는 연기를 하지만 뭔가 어색하고,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몰입도나 진정성이 높은 배우는 연기 하나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하죠. 프레젠테이션도 똑같습니다. 프레젠테이션도 발표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수록 청중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진정성을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진정성은 발표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 자신감에서 비롯됩니다. 발표자는 무대에 섰을 때, 누군가의 반박에 부딪치더라도 자신이 말하는 내용에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 시 진정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청중을 배려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은 발표자가 아닌 청중을 위하는 것입니다. 청중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서 이야기를 들어주고자 먼 곳까지 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발표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발표 참고용으로 만듭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청중 위주로 준비하는 발표자는 드물죠. 또 청중을 위한다면 청중 입장에서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슬라이드 디자인이나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는 등의 기술도 포함됩니다. 반면, 자신이 발표하는 내용에 대해 ‘잘 모르면 찾아보세요’라고 말하거나 장난스레 흘리는 것은 좋은 프레젠테이션이 아닙니다.”
전자책 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다
최 대표는 프레젠테이션뿐만 아니라 애플 솔루션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 및 전자책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프레젠테이션 관련 책을 집필하며 전자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여러 권의 책을 쓰며 국내 출판 시장이 협소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전자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국내에는 책을 읽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저자 인세도 8~10%밖에 되지 않아요. 또한 출판 과정이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디스 이즈 아이패드’라는 책을 미리 집필하고 아이패드 국내 출시일에 맞춰 책을 내기로 했는데, 출판사나 디자인, 편집 등이 늦어져 출판이 지체됐어요.. 결국 시장에 이미 아이패드 관련 서적이 너무 많이 나와버렸고, 그 책은 실패하게 됐습니다. 이렇듯 종이책을 출간할 경우에는 시간에 쫓겨 열악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애플이 아이북스토어(iBookstore, 일종의 전자책 마켓)를 선보였다. 또한 해외에서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보자, 최 대표는 전자책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잡스처럼 키노트하라’를 영어로 번역, 전자책으로 만들어 아마존과 아이북스토어에 올렸다. ‘시작하자! 아이패드 키노트’는 한글판과 영문판을 동시에 집필해 아이북스토어와 아마존에 올렸다. 이 책의 영문판은 아이북스토어에서 1위에 올랐다.
“미국의 유명 출판사와 원어민 저자들이 내놓은 아이패드, 키노트 관련 서적이 많은데 1위를 한 것이 신기했어요. 이를 계기로 전자책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기존에 한국 저자들은 한국에서만 종이책을 출판했지만, 이제는 전자책으로 출판을 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출간에 드는 시간이 적다는 것도 이점이지요. 또한, 국내 출판 시장의 50%는 외서를 번역해 출판한 것입니다. 국산 토종 콘텐츠가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요. 그래서 저는 역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최 대표의 ‘시작하자! 아이패드 키노트’ 전자책이 성공을 거두고 얼마 후, 애플은 멀티 터치 전자책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툴 ‘아이북스 어서(iBooks Author)’를 발표했다. 이에 최 대표는 전자책의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그가 이전에 만들었던 키노트 동영상 강좌를 책에 넣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이북스 어서를 통해 전자책에 동영상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아이북스 어서 가이드북을 집필했다. 해당 도서는 아이북스토어에서 6차례 1위를 기록했으며 애플의 세계 개발자 회의 ‘WWDC 2013’에 소개됐다.
최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는 국내 전자책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전자책을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전자책이란 멀티미디어형 전자책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종이책보다 훨씬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총이 창을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총의 성능이 창의 그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전자책도 기존 종이책보다 훨씬 나은 가치를 주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TV나 애플리케이션 등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커뮤니티와 같은 형태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작가들이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자책 내에 카페 게시판을 넣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독자들이 전자책을 보다가 질문이 있으면 즉시 저자와 소통할 수 있고, 종이책 그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이디어 실현을 도와드립니다
이 외에도 그는 팟캐스트, 앱스토어 등 애플 솔루션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컨설팅, 기획, 디자인, 제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상대방이 가진 콘텐츠나 바라는 점을 시각화(Visualize)해서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그래서 아이비주얼의 모토는 ‘Visualize your idea(당신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라)’이다.
“제가 전자책, 비디오 강의, 애플리케이션, 팟캐스트 등을 만들고 컨설팅하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통해 그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꿈을 이루는 데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지요. 이처럼 기획, 제작, 컨설팅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디자인해 그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교육과 강의를 병행하는 만큼, 창작자와 학습자가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그의 꿈이다.
“요즘에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노하우를 담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면 인터넷에서 누구나 볼 수 있지요. 그렇게 누구나 손쉽게 배우는 교육 생태계가 마련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면 학습자는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창작자는 노력의 대가로 약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윈윈하는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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