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안전빵 인생 NO, 도전이 내 스타일”

입력 2013-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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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충무로 대세’. 하정우가 주연작의 잇단 흥행에 쉼 없는 연기 활동으로 ‘대세’의 별칭을 얻었지만 “부담스럽다”며 손을 내젓는다. 그는 ‘인간 하정우’로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냈다. 사진제공|판타지오

■ 요즘 대세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가 사는 법

워커홀릭…첫 사극영화 ‘군도’ 땡볕촬영 중
메가폰…‘롤러코스터’ 이어 내년 상업영화 연출
힐링…걷는다, 힘들수록 더 걷는다

“언제까지 ‘안전빵’으로 살지 모르는 거니까요.”

하정우(35)와 ‘대세’란 수식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그의 주연 영화가 또 ‘터졌다’. 사실 놀랍지도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된 일. 오히려 흥행 실패작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나는 뭘 해도 되는 대세이구나, 이런 생각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정우는 웃음부터 터뜨렸다.

“윽. 그건 너무 부담스러운 단어! 나에 대한 기대치에 대해, 늘 자문한다. 조금씩 보완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안전빵’으로 살아간다는 보장이 없잖나.(웃음) 도전해야 내가 살아가는 느낌이다. 앉아서 노심초사하는 건 내 길이 아니다.”

요즘 하정우는 매일 세 번씩 관객수를 집계한 ‘문자메시지 보고’를 받는다. 짜릿할 수밖에 없다. “개봉 2주차에 더 늘고 있다”며 그는 웃었다. 관객 300만 돌파를 앞둔 영화 ‘더 테러 라이브’(더 테러)로 얻는 기쁨이다.

하지만 흥행 성적에 취하는 건 하정우 스타일이 아니다. 올해 초 70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베를린’이 개봉했을 때 ‘더 테러’ 촬영에 몰두하고 있던 것처럼, 지금은 사극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촬영에 한창이다. 폭염을 뚫고 하정우는 경상북도 문경에서 전라북도 군산으로, 다시 전주로 장소를 옮긴다. 이번엔 도적떼를 이끄는 장수다. 양팔과 얼굴은 더 이상 그을릴 곳이 없을 만큼 새카맣다.

“얼굴에 본드를 발라 수염을 붙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어제 문경의 기온이 35도였다. 그 땡볕 아래 가발 쓰고 거적에 짚신 신고. 어떤 기분이냐면. 짜증에, 뭔가, 아…! 막 올라온다. 하하!”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건 곁에 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일과 일상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대다수의 배우와 달리 그는 일도, 일상생활도 유연하게 즐긴다. 학생회장을 지낸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의 ‘기운’을 지금도 간직한 그는 친구, 후배들과 뭉쳐 다큐영화 ‘577 프로젝트’를 찍었고 그 출연진과 또 다시 뭉쳐 첫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완성했다. ‘더 테러’의 조·단역도 자신의 친구들에게 맡겼다.

여기에서 멈출 하정우가 아니다. 10월 ‘롤러코스터’가 개봉하면 내년 초엔 ‘허삼관 매혈기’로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한다. 주연까지 맡았다. “걱정보다는 설렌다”는 그는 “주위에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형들 말씀이 쉬는 건 좋지 않다고 하더라. 열심히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라고. 그 형들? (이)경영이 형님. 그리고 한석규 형, 최민식 형. 대화를 많이 한다. 엄청난 작품들을 해온 배우들이잖나.”

이런 하정우도 지칠 때는 있다. 피곤을 푸는 방법은 하나다.

“걷는다. 며칠 전엔 팔당댐까지 1박2일 동안 걸었다. 춘천까지 가려고 했지만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웃음) 피곤해 주저앉고 싶을 땐 걷는다. 고민이 깊으면 더 많이 걷고. 말띠여서인지, 앉아 있는 건 별로다.”

인터뷰 도중 하정우는 최근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일’만 하고 살 것 같은 하정우의 사진 속 일상에는 의외의 ‘재미’가 빼곡했다. 경기도 가평에서 대학 동기들과 가진 야유회부터 최근 집중해 그린다는 꽃 그림이 가득하다. 또 며칠 전 수박을 먹다가 화분에 씨앗을 심었더니 싹이 자라기 시작해 놀란 마음에 찍어둔 ‘증거’ 사진도 있었다. 호기심은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처럼 보였다.

더욱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이 ‘꽃 그림’. 추상화를 주로 그려온 그가 꽃에 ‘꽂힌’ 이유가 궁금했다. ‘마음에 꽃이 핀 모양’ 같다면서. 앞선 인터뷰에서 “절대 공개 연애는 하지 않겠다”고 했던 그는, 대답 대신 “정말?”이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하정우는 할리우드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 이루진 못했다. 고민하지 않는다. “일터를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플’하고 ‘시크’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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