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잭팟’을 터뜨린 김병우 감독(왼쪽)과 전려경 PD. 3년 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왜?”라며 서로에게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더 테러 라이브’를 만들어냈고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김병우 감독
“전 PD 아이디어에 엥? 한 적도 있지만
마치 첨삭 지도 받듯 3년 동안 함께 고민”
전려경 PD
“한우물 파는 감독에 다른 작품 권하기도
정작 돌아온 대답은 이 영화가 재밌어요”
한 영화 제작자는 이들의 관계를 일컬어 ‘부부 사이’라고 표현했다.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몇 년씩 공동작업을 하는 감독과 프로듀서를 설명하는 말이다.
영화를 완성하기도 힘들지만 흥행까지 이루기 위해선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의 믿음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8월 극장가에서 ‘다윗의 승리’로 평가받는 ‘더 테러 라이브’(더 테러)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과 전려경 PD의 관계도 그렇다.
감각 있는 신인 감독과 베테랑 프로듀서의 만남은 ‘흥행 잭팟’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이 ‘더 테러’로 만난 건 2010년 3월. 꼬박 3년 동안 두 사람은 “다시 쓰고” “조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의견 대립은 없었느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어떤 아이디어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도 다툰 적은 없다.”(김병우)
“왜 없었겠어. 하하! 감독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걸 인정하는 건 중요하다. 인정하고 이야기하는 건 더 중요하고. 김 감독은 그걸 한다.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싫고, 좋고 분명히 밝힌다. 솔직히 얘기할 수 있는 감독은 드물다.”(전려경)
전려경 PD는 19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여고괴담’ 시리즈와 ‘체포왕’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프로듀서는 영화의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업, 촬영 전반을 관할한다. 전 PD는 김 감독이 쓴 ‘더 테러’ 시나리오를 처음 읽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딱 두 가지 생각이었다. 젊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당시 살펴보던 시나리오가 몇 편 더 있었지만 만나고 싶은 감독은 김병우가 유일했다.”
공대를 다니다 학사경고 세 번을 연달아 받은 뒤 한양대 연극영화에 다시 진학한 김병우 감독은 2003년 만든 ‘아나모픽’을 계기로 연출자의 꿈을 가졌다. 기존 시나리오 작법도 따르지 않았던 경험 없는 김 감독을 발견한 건 전적으로 전 PD의 ‘감’이었다. 함께 해온 3년간의 작업을 김 감독은 이렇게 돌이켰다.
“어쩌면 난 가이드를 받는 입장이었다. 마치 과외 수업을 받고, 첨삭 지도를 받는 듯?(웃음) 과외란 단어를 썼지만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였다. 전 프로듀서가 낸 아이디어를 듣고, ‘엥?’ 하고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신뢰라는 기본은 있었다.”
전 PD는 “난 ‘왜’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막힐 때면 “해결책은 늘 감독이 찾았다”고도 했다.
‘더 테러’의 시나리오가 처음 나온 건 2009년. 개봉한 건 2013년 8월이다. 그 4년 동안 김 감독은 흔한 ‘아르바이트’ 한 번 하지 않고 오직 이 영화에만 ‘올인’했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전 PD는 “너무 힘들면 다른 작품부터 해보라”고 권했다. 함께 작업한 지 2년이 흐른 뒤였다.
“에너지가 너무 소진된 것처럼 보여 다른 걸 먼저 해보라고 했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더 테러’는 어떻게든 만들자고 하면서.” 김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그냥 이 영화 할게요. 이게 가장 재미있어요.”
전 PD는 웃었다. “프로듀서는 어떻게든 감독을 붙잡으려고 하고 감독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게 서로의 관계인데 우리는 좀 웃기지 않느냐”면서.
두 사람이 ‘더 테러’를 만들며 지키고 싶던 게 있다.
“우리가 가진 희망이랄까. 영화는 단순히 돈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김병우)
이런 희망은 흥행 과녁에 적중했다.
“할리우드에 영리한 기획들, 가령 ‘디스트릭트9’이나 ‘클로니클’ 같은 영화의 성공은 물량이 아니다. 물량으로 퍼붓는 재난만 재난인가. 우리 영화 대사를 인용하자면 ‘이 영화, 예산 많이 쓰며 메리트 없다’.”(전려경)
두 사람의 합작은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다음 영화에서 다시 만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 김병우 감독은 “흥행을 노리지도 않았고, 다음 작품이 잘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차기작 구상을 묻는 말에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