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스포츠동아DB
대회 첫 2년연속 우승…아마 우승 6번째
기업들, 유망주 넘어 초대형 스타로 주목
“실력으로는 한국에 있는 주니어 선수들이 더 월등할 겁니다. 운이 좋았죠.”
2012년 1월. 호주 브리즈번 인근의 로열 파인스 골프장에서 만난 리디아 고(16·한국이름 고보경)의 어머니 현봉숙 씨는 딸의 실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당시 리디아 고는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 투어 사우스 웨일스 여자오픈에서 남녀 프로골프 사상 최연소 우승(14세9개월5일)을 차지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6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리디아 고는 당시 아마추어로 활약하며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뛰었다. 이 우승으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큰 관심은 아니었다. 앞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프로 대회에서 우승했던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시카와 료, 호주에서 활약했던 양희영(23·KB금융그룹) 등은 아마추어 시절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겁 없는 10대였다.
“아직은 부족하다”는 어머니의 겸손한 평가와 달리 리디아 고는 무섭게 성장했다. 지난해 8월에는 초청 자격으로 출전한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5세4개월2일)을 차지하며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1년 만에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트의 로열 메이페이 골프장(파70·6403야드)에서 열린 캐나다여자오픈(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카린 이셔(프랑스)를 5타 차로 따돌리며 완벽한 우승을 따냈다.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65타를 쳤다.
LPGA 투어 역사상 아마추어가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6번째. 이 가운데 리디아 고는 혼자서 2승을 휩쓸었다. 또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리디아 고는 올해 9차례 프로 대회에 출전했다. 프로였다면 62만여 달러의 상금을 벌 수 있었지만 아마추어인 관계로 상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30만 달러 역시 2위 카린 이셔에게 돌아갔다.
평가도 달라졌다. 유망주를 넘어 향후 10년 이상 세계 여자골프를 이끌 초대형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당연히 그의 프로 전향과 몸값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5년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한 미쉘 위(당시 16세)는 ‘천재골퍼’라는 말 한마디에 10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리디아 고는 말이 아닌 실력으로 입증했다.
리디아 고는 우승 뒤 프로 전향에 대해 “부모님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업들의 주판알 튕기는 손은 더 바빠지게 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