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갱 ‘보니’로 분한 리사. 리사는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답게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탁월한 패션감각을 과시하며 연기, 노래 못지않게 1930년대 ‘보니룩’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추석 연휴 때 공연장 나들이 어떠세요? 진짜 ‘화끈한 사랑’을 보여드릴게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리사는 요즘 미국 브로드웨이 최신 흥행작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연인과 위험한 사랑을 벌이는 ‘보니 파커’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어렸을 적 명절 때만 되면 명작영화 시간에 단골로 틀어주던 1967년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뮤지컬 버전이다. 워렌 비티, 페이 더너웨이가 커플로 나온 이 영화는 신드롬에 가까운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1960년대 미국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내 운명
인생을 질러버린 불 같은 사랑에 공감
뒹굴고 놀기 좋아 배운 에어리얼 댄스
전체적 몸 라인이 예뻐지는 운동이죠
● ‘보니’는 나의 운명…3년 전 부른 노래가 예고한 배역
리사는 ‘보니 앤 클라이드’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2010년 리사의 앨범에는 ‘우리 결혼할까?’란 노래가 수록돼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즈의 미료가 래퍼로 참여했는데 가사 중 ‘Like a Bonnie and Clyde’(보니와 클라이드처럼)란 부분이 나온다. 하고 많은 인물 중에 보니와 클라이드라니. 리사는 “아마도 ‘보니’를 할 운명이었나 보다”라며 웃었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미국 경제대공황기에 실존했던 2인조 갱의 범죄행각과 러브스토리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루돌프’ 등 우리나라 뮤지컬 관객들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흥행작들의 음악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감이 없지 않지만 미국에서 보니와 클라이드는 ‘세기의 커플’로 통한다. 1년 6개월간 미국 전역을 돌며 12명을 살해하고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인 대악당들이지만 이들의 일탈행위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반항적인 미국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리사는 “당시 사람들의 삶이 오죽 고달팠으면 이런 범죄자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을까 싶다”라고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보니와 클라이드는 ‘인생을 질러버린’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리사는 “지금까지 맡은 역들 중에서 ‘보니’가 정말 마음에 든다. 너무 재미있다”라고 했다. 지인들도 “너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칭찬이 자자하단다.
공중 기구에 매달려 ‘에어리얼 댄스’를 하고 있는 리사. 사진제공|리사
● “나는 서커스 체질”…미국서 익힌 ‘에어리얼 댄스’로 몸매 관리
리사의 7330 추천운동은 ‘보니’만큼이나 이름이 생소한 ‘에어리얼 댄스’다. 우리나라에는 ‘에어리얼 요가’, ‘플라잉 요가’, ‘스카이 요가’ 등으로 불린다. 서커스 공연장에서 높은 천장으로부터 길게 드리워진 두 개의 천으로 된 줄에서 곡예를 하는 장면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에어리얼 댄스는 이를 응용한 운동이다.
“몇 년 전 일을 쉬는 틈을 타 미국 사촌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지인 분이 ‘에어리얼 댄스’를 소개해 주셨다. 어려서부터 매트리스 위에서 뒹굴며 노는 걸 좋아하는 체질이라 곧바로 달려가 등록했다. 알고 보니 선생님이 저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 단원이셨더라.”
‘에어리얼 댄스’는 엄청난 스트레칭 효과가 있는 운동이란다. 리사는 “팔에는 힘이, 배에는 근육이 붙는다. 무엇보다 여자에게 좋다. 전체적인 몸 라인이 예뻐지는 운동이다”라며 예찬했다. 요가와 필라테스, 피트니스의 장점을 고루 갖춘 운동이라고 했다.
“‘보니 앤 클라이드’의 영화제목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다. 정말 하루하루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싶다.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닌가. 노래도, 연기도, 사랑도. 그리고 운동도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 나중에 젊은이들을 보며 억울해 하지 않는 할머니로 늙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