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가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1년간의 재활을 마친 그는 올해 추석장사씨름대회를 통해 복귀전을 치른다. 정지욱 기자
민속씨름은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다.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IBK 기업은행 2013 추석장사 씨름대회’가 경북 경산체육관에서 17일부터 21일까지 펼쳐진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신(新) 씨름황제’ 이슬기(26·현대삼호중공업)의 복귀다. 이만기를 잇는 기술씨름의 1인자로 꼽히는 그는 1년간의 긴 재활을 이겨내고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전을 치른다.
지난해 훈련 중 십자인대 파열…1년간 재활
“이번 추석대회에선 경기 감각 되찾는데 주력
12월 천하장사 대회서 다시 정상 오르고 싶다”
● 천하장사, 부상에 울다!
이슬기는 모래판의 대세였다. 2011∼2012년 2년 연속 설날장사, 2011년 천하장사 등에서 3번의 백두장사와 1번의 천하장사에 등극하며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봄 무릎에 통증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지난해 6월 훈련 도중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이슬기는 “무릎에서 ‘퍽’ 하면서 잘못되는 소리가 났다”고 밝혔다. 상태는 최악이었다.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고 전방십자인대가 90% 가량 파열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복귀까지는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모래판을 호령하던 천하장사도 청천벽력 같은 상황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는 “병원에서 진단받고 숙소(목포)로 내려가는 동안 차 안에서 엄청 울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동병상련’ 재활동지들과의 만남
수술 후 이슬기는 분당에 위치한 JDI트레이닝센터로 이동해 재활에 임했다. JDI는 농구, 축구, 배구, 유도, 골프, 양궁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찾는 트레이닝센터. 지루하고 외로운 재활과정 속에서 이슬기는 타 종목 선수들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눴다. 김일두(KGC), 신명호(KCC·이상 농구), 강선구(현대캐피탈·배구) 등이 그의 재활 동지들이다. 씨름후배 서경진(울산대)도 좋은 동반자였다. 이슬기는 “어릴 때부터 씨름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이야기는 잘 몰랐다. 다른 종목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재활도 한층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재활한 선수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슬기(오른쪽)가 JDI트레이닝센터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얼음찜질을 받고 있다. 정지욱 기자
● 천하장사여, 다시 한 번…
이슬기는 재활을 마치고 8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팀 훈련에 합류했다. 1년의 공백기 동안 그는 씨름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다. 지난해 6월 단오대회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복귀전을 치르는 그에 대한 씨름계의 관심은 대단하다. 적잖은 부담이지만, 그는 이를 ‘기분 좋은 부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내 다리가 어찌될지, 다시 씨름판에 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씨름판에 설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쁘다.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12월 열리는 천하장사 대회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이슬기에게 이번 추석대회는 복귀전이자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그는 “경기 하면서도 부상 부위가 신경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추석대회에서 경기감각을 되찾아 12월 대회에서 다시 한번 천하장사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