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배우의 길 어느덧 20년 난 왜 지금도 헤맬까…”

입력 2013-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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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가 ‘소원’이라는 절절한 이야기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데뷔 20주년에 선보이는 작품이지만 그는 “개봉 전날 한숨도 못 잤다”며 배우의 중압감을 토로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평생 찾을 길 없는 정답을 향한 여정
걷다가 만난 또 한 편의 묵직한 작품
이준익 감독의 ‘소원’에 잠시 머물다

끔찍한 상처를 입은 가족의 이야기
관객의 가슴에 닿을까 가슴 졸인다


연출가를 꿈꿨다. 그래서 연극영화과(한양대)에 진학했다. 한 학기가 지나 선배의 강권에 못 이겨 연기자로 나선 무대. 선배는 연기를 권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심바새매’로 기성 무대에 배우로서 이름을 올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의 세월이 지났고 또 세월을 보냈다. 지나는 세월 속에서 스크린에 자신을 쏟아냈다. 보낸 세월 속에서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자신을 녹이며 지나고 보낸 세월은, 그러나 아직도 미로일 뿐이라고 말한다.

배우 설경구. 그는 그 세월이 “우왕좌왕” 혹은 “갈팡질팡”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단다.

그러는 사이 또 한 편의 “절절한” 이야기를 꺼내들고 관객 앞에 선다. 10월2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 영화 ‘소원’이다. 9세 소녀 소원(이레)이 당한, 상상도 못할 끔찍한 폭력의 피해와 상처를 보듬어가는 가족의 이야기다. 설경구는 무뚝뚝하지만 딸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풀어내며 아내이자 소원의 엄마 역 엄지원과 함께 관객의 가슴을 헤집는다.

배우들 혹은 극중 캐릭터는 물론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도 각기 삶의 끝에서 감히 쉽게 꿰매지 못할, 꿰매서도 안 될 아픈 상처는 매우 크다. 그래도 이들과 그 주변의 이웃들이 드러내는 ‘살 만한 세상’의 따스함은 스크린 밖으로 고스란히 다가와 각자의 아픈 가슴을 서로 위로한다.

그 위안의 손길을 건네는 와중에도 설경구는 “평생 찾을 길 없는 정답”을 찾아 나서며 길고 긴 길을 여전히 터벅터벅 걷고 있다. ‘소원’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역시 “갈팡질팡”했던 그는, 시사회 전날 한 숨의 잠도 자지 못했다.

“왜 그리 예민했는지, 왜 그렇게도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섰는지를 스스로 느낄” 만큼 이야기의 무게는 무거웠다. 오히려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상처를 치유해가려는, “곪아터질지도 모르는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보려는” 가족의 이야기로서 촬영장은 편안했단다. 촬영을 하는 동안 혹여 또 다른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아역 배우 이레를 배려하고 걱정하면서도, 영화의 메시지를 위해 설경구는 가장 “편안한 촬영”을 위해 애썼다.

그런 과정은, ‘자연인=배우’ 설경구의 가장 크고 중요한 일상이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설경구는 오늘도 “우왕좌왕하고 갈팡질팡한다”. “나이들수록 더 그렇다”면서.

설경구:“아! 더 이상 꺼내 보일 카드가 없는 걸까.”

기자:“그렇게 말하는 건 (당신의 연기를 기대하는)관객에 대한 배신 아닐까?”

설경구:“혼자 해결할 수 없다. 힘들고 외롭다. 누군가 내 속의 뭔가를 확 끄집어내기를 바랄 뿐이다.”

기자:“그래도 20년이다.”

설경구:“어느 노배우가 그러더라. 나이 70이 넘어서도 무대에만 서면 긴장되고 떨린다고. 나도 그럴까. 그럴 수 있을까?”

기자:“어쨌든, 데뷔 20주년이다. 킥킥!”

기어이 설경구는 발끈했다.

“리사이트 할 일 있나? 주년이 어디 있나? 배우에게!”

그렇게 걸어온 짧지 않은 시간만큼,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걸어갈 것이 틀림없을 설경구는 자신도 모를, 실체없는 “정답”을 찾아 오늘도 헤매고 있다. 앞으로도 헤맬 것이다.

다만, 그의 헤매는 시간과 무대는 관객에겐 온전한 즐거움이니 다행이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배우의 숙명이자 마땅한 의무인 것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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