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이 2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내 통산 8승째를 기록했다. 3년만에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배상문이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KPGA
합계 10언더파 3년 만에 국내대회 우승
2·3R 노 보기…PGA 우승자 면모 과시
1R 끝난 뒤 ‘서두르지 말라’ 모친 조언
한 템포 늦추고 경기 집중 좋은 결과로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 위기를 벗어나 기회로 만들어내는 배짱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까지. 배상문의 마력에 1만 갤러리가 흠뻑 빠졌다.
‘쾌남’ 배상문(27·캘러웨이)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29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배상문은 29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파72·741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적어내 1타를 잃었지만(1오버파 73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2010년 SK텔레콤오픈 우승 이후 3년 만의 국내 대회 우승이자 통산 8승째(해외 투어 우승 제외)다. 이 대회 우승은 처음이다.
●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집중력
배상문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3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를 달려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4라운드에서도 PGA 우승자다운 수준 높은 경기가 계속됐다.
위기는 있었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1라운드 17번홀부터 4라운드 8번홀까지 단 1개의 보기도 없었다. 46개 홀 동안 이어져온 노보기 행진은 9번홀(파4)에서 깨졌다.
이후 연속된 위기가 찾아왔다. 11번과 12번홀(이상 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4개 홀에서 3타를 잃었다. 2위 그룹과 6타 차에서 3타 차로 좁혀졌다.
13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14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적어내며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6번홀(파4)에서 배상문의 결정적인 한방이 터졌다. 좀처럼 말을 듣지 않던 아이언 샷이 살아났다. 두 번째 샷을 핀 3m 지점에 붙인 뒤 그대로 버디를 성공시켰다. 다시 3타 차로 달아나며 여유를 찾은 배상문은 마지막까지 타수를 잃지 않으며 우승을 지켜냈다.
배상문은 “실수를 해도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오늘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우승의 원동력을 밝혔다.
● 어머니의 조언이 우승의 힘
초등학교 때부터 배상문을 뒷바라지 해온 어머니 시옥희 씨는 아들의 가장 큰 약점으로 ‘서두르는 습관’을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어머니 시 씨의 눈에 약점이 포착됐다. 그는 1라운드가 끝난 뒤 “덤비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경기하라’고 주문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어머니의 주문에 배상문은 안정을 찾으려 애썼다. 그는 “급한 성격 때문에 경기 중에 서두르는 버릇이 있다. 오늘 경기 중에도 한 템포 늦추자는 생각을 하면서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약 3주간 휴식을 취한 뒤 10월 24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PGA 투어 CIMB 클래식서 2013∼2014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이어 11월에는 호주에서 열리는 월드컵골프대회에 최경주(43·SK텔레콤)와 함께 한국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송도(인천)|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