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지혜.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드라마를 촬영하며 아침 7시부터 감독님과 싸우곤 했어요.”
솔직하고 당당한 배우 한지혜(29)를 만났다. 한지혜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극본 하청옥/연출 이형선, 윤지훈)에서 주인공 정몽희, 유나(1인2역)로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호평 뒤에는 그간 겪지 못한 시련들이 있었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았고, 주변 사람들을 다그쳤다. 한지혜는 유달리 예민했던 지난 6개월을 회상했다.
“몽희는 전작 ‘메이퀸’ 속 천해주와 많이 닮았어요. 몽희의 직업이 디자이너니 소품을 활용하고 옷도 다르게 입어 색다르게 그려내고 싶었죠. 그런데 감독님이 소품들을 다 자르시는 거예요. 아침 7시부터 감독님과 비니 모자를 쓸까, 말까로 싸웠어요. ‘이렇게 가면 전작과 비슷한데 나를 왜 캐스팅 했느냐’고 묻기도 하면서요. 결국 제가 양보했지만요.(웃음)”
감독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한지혜의 솔직함에는 ‘건방’보다는 ‘열정’이 묻어났다. 사실 데뷔 12년 차인 그에게 ‘연기 변신’은 풀어야 할 막중한 과제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드라마 ‘메이퀸’ ‘미우나 고우나’ ‘낭랑 18세’ 등에서 밝고 꿋꿋한 전형적인 캔디 역할을 맡아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캔디 전문 배우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도 유나 역이 탐나 선택했죠.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출연료의 절반을 쇼핑하는 데 썼어요. 작품과 역할에 투자한 거죠.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몽희는 능청스럽고 코믹한 면을 많이 부각시키는 등 여러 시도를 했고요.”
한지혜는 몽희만큼 강인한 캔디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도중 갑작스레 눈물을 보여 기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인가를 묻자 한지혜는 대답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배우 한지혜.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저 겉으로는 무척 밝아 보이죠? 그런데 내면은 달라요. 촬영을 하면서도 크게 울었던 적이 몇 번 있어요. 최근 ‘힐링캠프’ 녹화도 이경규 선배가 화를 많이 낸다는 소문을 듣고 먼저 제압하고 싶어서 굳이 센 화장을 하고 강하게 나갔죠. 힘든 것을 티 안 나게 극복하려는 성격인 것 같아요.”
이어 그는 “극 초반 몽희와 유나를 오가며 캐릭터를 잡을 때와 종영 전 몽희와 유나가 동시에 나오는 신들을 찍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 다 같이 고생했지만, 나는 촬영 회의에도 참여하며 일정을 짜야했다. 새벽 4시 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그의 노력과 눈물은 값없이 흐르지 않았다. ‘금 나와라 뚝딱’은 꾸준히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넘었고, 한지혜는 연기 변신 성공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연기는 정말 힘들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편하게 했던 작품은 작품성도, 배우로서도 조명을 못 받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할 때 ‘비도 쫄딱 맞고, 바닥도 좀 기어 다녀야 하는데. 그래야 일할 맛이 나고 작품도 잘 될 텐데’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래서인지 이번 ‘금 나와라 뚝딱’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제 필모그라피 중 1위였던 ‘낭랑18세’를 제쳤어요!”
눈을 반짝이며 연기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놓던 한지혜는 가족에 관한 질문을 시작하자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과 ‘가정의 행복’을 모두 잡고 싶다는 그는 진정한 ‘야망녀’다웠다.
“촬영을 하면서도 한 주에 한번은 꼭 남편과 데이트를 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배우로서 열심히 달리는 시기지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오겠죠. 그래서 더 열심히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잘 쌓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돌아올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서요. 요즘 연기가 물오른 김에 좀 더 바짝 해보려고요. 그런 후에 2세를 계획 중입니다.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약 2년 후 두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고 싶어요.(웃음)”
지난 경험들만 구체적인 줄 알았더니 미래 계획도 구체적이고 솔직하다. 남은 인생도 그림을 ‘쫙’ 그려놨다는 한지혜. 귀여운 야망녀의 다음 인생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
“저는 모든 일들에 목표가 있어요. 이번 작품도 대상이라는 야망을 가지고 도전했죠.(웃음) 제게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목표와 추진력이 먼저예요. 돈은 그 사람에게 걸맞게 들어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궁극적인 목표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자, 아름답게 사는 배우이고 싶어요. 진짜로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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