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팬들, 이병규 아웃 뒷전…“송창식! 송창식!” 연호

입력 2013-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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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이 PO 직행 티켓을 거머쥔 뒤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2∼4위 확정되던 그날 밤 진풍경

넥센이 한화 깼으면 LG PO직행 좌절될 뻔
1점차 승리지킨 한화 송창식 LG의 영웅으로
꼴찌 한화 최종전까지 짜릿한 드라마 조연

환희와 좌절이 교차했던 하룻밤이 지났다. 2013년 10월 5일 토요일은 LG와 넥센, 두산에 모두 잊지 못할 밤이 됐을 듯하다. 단 한 경기의 승패에 한 시즌의 최종 순위가 걸려있던 시간. 승리의 영광은 극적으로 16년 만의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한 LG의 몫이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도 아쉽게 패한 넥센과 두산은 각각 3위와 4위. 모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쉽게 믿기 힘든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 LG팬들이 잠실구장에서 한화 송창식을 연호한 까닭

LG가 두산에 4-2로 앞선 8회말, 잠실구장이었다. 무사 1루서 LG 3번타자 이병규(7번)가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됐다. 그런데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1루쪽 LG 관중석이 환호성으로 뒤덮인 것이다. 타석에 LG 4번타자 정성훈이 등장했지만, LG팬들은 한 목소리로 정성훈이 아닌 타 구단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송창식! 송창식!” 한화 마무리투수 송창식이 갑자기 왜 경기가 한창인 잠실에서 박수를 받은 것일까. 곧 의문이 풀렸다. 바로 그 시각 대전구장에서 열린 넥센-한화전이 넥센의 1-2 패배로 끝난 것이다. LG가 이겨도 넥센이 한화에 승리하면 LG의 PO 직행은 물 건너가는 상황. 8회초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끝까지 1점차 승리를 지켜낸 송창식은 그 순간 ‘LG의 영웅’이었다. 당연히 LG 덕아웃에도 그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우리가 이기기만 하면 된다!’ 큰 짐 하나를 던 LG는 정성훈의 우익선상 적시 2루타와 함께 5점째 쐐기 점수를 뽑았다.


● 9회초 2사 후 넥센 강정호의 파울 타구가 폴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딱 한 점이 모자랐다. 넥센은 사실 경기 전까지 세 팀 가운데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였다. 이기기만 하면 다른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2위. 유일하게 자력으로 PO에 직행할 수 있는 기회를 지닌 팀이었다. 게다가 넥센의 상대는 최하위 한화. 목동∼마산∼광주∼대전으로 이어지는 살인적 스케줄이 유일한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체력이 바닥난 넥센 앞에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한화 선발 바티스타는 8회 1사까지 넥센의 강타선에게 안타 하나 맞지 않았다. 넥센 서건창이 8회 1사 1루서 우전안타로 노히트노런의 수모를 막은 게 차라리 다행일 정도. 그리고 1-2로 뒤진 9회초 2사 후 강정호 타석이 돌아왔다. 볼카운트 2B-1S서 강정호가 힘껏 잡아당긴 타구가 큰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담장으로 향했다. 넥센 선수단 전원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공 하나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나 타구는 폴 왼쪽으로 벗어나는 파울.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평소 ‘원정경기를 직접 관전하면 패한다’는 징크스로 고민했던 넥센 이장석 대표이사는 시즌 최종전을 맞아 큰 맘 먹고 대전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팀의 석패로 인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 대신 경기 후 덕아웃을 찾아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게 “수고했다”는 인사와 격려를 건넸다.

1. LG 선수단이 5일 잠실 두산전에서 5-2로 승리해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되자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뛰쳐나오고 있다. 2. LG 김기태 감독(91번)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고생한 선수들을 한 명씩 꼭 안아주고 있다. 3. LG 주장 이병규(9번)가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해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은 뒤 방송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왼쪽)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LG와 넥센을 ‘들었다 놨다’ 한 한화의 캐스팅보트

정규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한 한화. 그러나 시즌 막바지에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한화의 마지막 5경기 상대만 봐도 짐작이 간다. 삼성과 2연전, LG와 2연전, 그리고 넥센전. 한화는 마지막 주까지 확정되지 못한 상위권 순위의 캐스팅보트를 쥐었고, 그 권리를 확실하게 활용해 순위 싸움에 깊숙하게 개입했다. 일단 삼성전 2경기를 모두 패해 삼성이 1위를 확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LG의 거센 추격을 받던 삼성은 한화전 2승 뒤 곧바로 롯데까지 이겨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를 확정했다. 한화는 이어 LG와 넥센의 운명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했다. 2연전 첫 경기를 이겨 LG가 어렵게 지켜온 2위 자리를 빼앗고 넥센을 2위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 경기도 9회초까지 0-0으로 버텨 LG를 불안감에 빠트렸다. 이때만 해도 한화가 넥센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그 경기에서 끝내기 패배로 돌아서면서 다시 순위는 안개 속으로 빠졌다. 그리고 결국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넥센에 일격을 가하면서 역대 가장 맵고 독한 고춧가루를 뿌렸다. 마지막까지 승리를 포기하지 않고자 했던 한화의 투지는 LG와 넥센이 연출한 1주일간의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 조연이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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