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담배녀 사건
‘서울대 담배녀’ 사건을 겪었던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가 성폭력의 범위를 축소하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폐기하는 내용의 학생회칙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새 회칙은 남학생들의 주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주로 성폭력 피해자인 여학생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번에 개정된 회칙에 따르면 성폭력의 범위가 좁아졌다. 기존 회칙에는 ‘성적이거나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라고 규정돼 있지만 이번에 바뀐 회칙에는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적인 언동을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로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기존 회칙이 성폭력 피해자의 주장이나 요구를 가장 중요시했다면 개정된 회칙에서는 ‘사건 당시 상황’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바뀌었다. 또 가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가해자’ 대신 ‘가해피의자’로 지칭하도록 했다.
이번 회칙 개정은 지난 2011년 3월 이 대학 여학생인 이모(22)씨가 이별을 통보하던 남자친구 정모(22)씨의 줄담배를 성폭력으로 규정한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씨는 “남자친구가 담배를 피우며 남성성을 과시해 여성인 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발언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정 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학생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을 맡고 있던 유시민 전 장관의 딸 유수진 씨는 정 씨의 행위가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를 반려했다.
이에 이 씨와 일부 학생들은 “관악 학생사회 여성주의 운동은 성폭력을 강간으로 협소화하지 않고 외연을 넓혀왔다”며 유 씨를 ‘성폭력 2차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 씨 등과 갈등을 빚어온 유 씨는 결국 학생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 ‘서울대 담배녀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간에 ‘어디까지가 성폭력인가’ 하는 논쟁이 불붙었다.
<동아닷컴>